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간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앞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과정에서 '1승1패'를 주고 받은 여야는 추석 연휴 직후 치러지는 국감을 향후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는 2라운드로 삼고 기선제압을 위한 총력전을 펴는 모양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의 보수정권에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및 국정농단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만큼 국감에서 이를 정조준해 적폐청산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새 정부의 예산집행이나 정책을 따지기 전에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을 바로잡고 잘못을 철저히 규명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26일 당 정책의원총회에서 "국감은 국정농단의 잔재, 적폐를 청산해 내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라면서 "국감을 통해서 과거 잘못된 일들을 정리하고 국민의 삶을 바꾸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소중한 국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수석부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운전대를 잡고 출발하자마자 야당의 태클과 검문검색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나라 곳간은 이미 전 정권에서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 40%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구를 대상으로 올해 국감을 해야겠는가. 이것이 과연 정상적이었는지 낭비적 요소는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탄핵으로 국정이 정지된 시기에 예산을 마구 쓸 수 있었던 것은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 유일호 전 부총리가 재정집행관계 장관 회의를 주재해서 조기집행을 적극 권고하고 기재부가 1월부터 4월까지 매월 점검회의를 했기 때문"이라면서 "이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27일 국민제보센터 오픈식, 10월 7일 국감종합상황실 현판식을 시작으로 11월 초까지 국감종합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대대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국감종합상황실은 종합상황팀, 현장대응팀, 언론홍보팀, 국민제보센터 등으로 구성돼 민주당의 국감 활동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감 타겟을 현 정부는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권까지 전범위로 확대, 이를 '원조적폐'로 규정하며 국감을 통한 진실규명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 대비 상임위원장·간사단 회의'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의 원조적폐, 또 문재인 정권 출범 후에 신(新) 적폐에 대한 철저한 규명 등 국민 앞에 진실을 드러내는 국감을 하도록 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를 위해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추진됐던 주요 정책들에 대해 '대북 퍼주기·언론탄압·640만달러 뇌물수수'로 명명하며, 당 차원의 대책 TF팀을 구성해 국감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정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원조적폐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전임 정권이 한 일을 모두 적폐라고 부르면서 보복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위선이고, 자가당착"이라면서 "이것이 원조적폐 규명을 이번 국감의 한 목표로 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신 3대 적폐로 '안보무능·인사먹통·정치보복'을 거론하며 "반드시 경종을 울리고 근원적으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다. 책임규명도 이번 국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될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과거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을 우려하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국감을 예고하면서 존재감 부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번 국감에 대해 "과거정부는 물론, 지난 5개월여 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개혁·안전·미래의 키워드로서 '국가를 정의롭게 국민을 편안하게'라는 목표와 의지를 담아 성장과 혁신이 국정전반에 반영되는 국정감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문재인 정부에는 미래·혁신·성장이 보이지 않는다. 미래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적폐는 청산해야 마땅하지만, 과거에만 몰두한 나머지 성장과 혁신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과거 정권을 상대로 한 정쟁에 대해 양비론을 폈다.
이날부로 당 원내대책회의를 국감대책회의로 이름을 바꾼 바른정당은 "이번 국감에서 내실있는 국감의 순기능을 살려내야 한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송곳 국감'을 예고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감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이번 국감은 문재인 정부 초기 정책들이 제대로 적합성 가지고 부작용 없는 효과적 정책인지를 집중적으로 감사해서 바른 방향으로 잡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이제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제대로 된 정책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특히 이번 국감은 안보불안 경제불안 또 정책혼선 등 복잡한 가운데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내실 있게 국감의 순기능 살려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국회의 나쁜 관행인 기업인 군기잡기, 민간인 소환 남발 등을 근절하는 국감 되도록 하겠다. 또한 반말이나 비속어가 아닌 날카로우면서도 격조 있는 언어로 국정을 판단하겠다. 마지막으로 질타와 비판으로만 끝나지 않고 대안 제시와 법령 재개정까지 나아가는 내실 있는 국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