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존립을 위한 다양한 적자생존 전략을 펴고 있다. 이 중 핵심 전략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또는 통합이다.
중도·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양 당은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정책들의 노선이 비슷하고, 지역적 기반이 호남과 영남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어 연대·통합 과정에 따른 외형적 장애 요인은 없어 보인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통합 시 양 당은 국회 내 명실상부한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를 위해 안 대표는 최근 들어 바른정당 내 자강파로 분류되는 의원들과의 비공개 만남을 이어가는가 하면, 언론인들과의 오찬 자리를 주도하며 '언론플레이'도 병행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은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민심 측정에도 나섰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정당 지지율은 19.7%로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에 대한 찬성 여론 분위기를 선제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배포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 기자와 만나 "누군가 여론조사 결과를 흘린 것 같다"면서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민주당-국민의당'의 통합정당과 '자유한국당-바른정당' 통합정당과의 시뮬레이션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얻는 19.7%의 지지율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 지지율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호남에서는 물론 서울 등에서도 전멸할 것"이라고 했다.
중반부에 들어서는 국정감사에 맞춰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띄워 놓고, 찬성 여론 등을 앞세워 지방선거 전 통합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런 가운데 안 대표가 겉으로는 당에 혁신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사전 포석 성격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들의 총사퇴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국민의의당 제2창당위원회는 지난 15일 시·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들을 향해 "당의 조직 혁신을 위해 구성원들 모두가 내려놓기, 비우기, 새틀 짜기에 나서야 한다"며 전원 사퇴를 공식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내년 지선 전 당 조직 정비 등 혁신 작업의 일환이라고 내세우지만, 각 당의 지역위원장과 시·도당위원장 등 중복되는 자리를 사전 정리해 바른정당과의 통합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복안으로 읽힌다.
안 대표 역시 지난 17일 당 소속 시도당위원장들을 따로 만나 당 혁신을 주문하며, 사퇴와 관련한 이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도당·지역위원장들의 반발이 여전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18일 제2창당위 최고운영위원회의에서 "역동적인 논의 자체가 혁신이지 분란이나 논란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도당위원장들은 명령 하달에 가까운 당의 방침에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이 내부적으로 갈등하는 것으로 비춰보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한 시도당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등을 통한 민주적 절차 없이 일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안 대표가 사당화(私黨化)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 쿠테타나 다름 없다"면서도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치적 세력이 없는 안 대표가 이번 조치로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을 구분 짓고, 찬성하는 사람은 자기 세력으로 삼는 모멘텀으로도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