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이기려면 게임으로 이기려 해선 안 된다. 연습과 노력으로 이겨야한다."
골프와 인생에 대해 비교하는 격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 적어 본다. 생각할수록 맞는 말 아닌가?
오늘도 골프장에서 만난 분의 얘기로 시작해 보겠다.
그는 첫인상부터 아주 잘 관리한 프로골퍼의 풍모가 느껴졌다. 간단히 소개를 하는데 운전기사가 딸린 대기업증권사 전무라는 직책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40대 후반의 운동으로 다져진 체격과 소탈한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저는 여러분들이 들으면 웃을 수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천신만고 끝에 어느 그룹사에 입사하게 됐어요. 지금이야 불가능하지만 그땐 가능은 했으니까요. 신입사원 교육을 갔는데 그 당시 동기들이 대부분 SKY출신이었고 삼류대는 저밖에 없었어요"
난 속으로 생각했다. '초면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걸까. 참 독특하군'
"보통 처음 교육 시작할 때 동기대표를 뽑잖아요. 그래서 내가 손을 들었어요. 어차피 어영부영 있으면 잘난 동기들한테 밀릴 거고 이왕 들어온 거 튀어보자는 맘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전체 몇 백 명을 대표하는 자리에 나섰죠. 사실 알다시피 그 자리가 많이 귀찮은 자리거든요. 신경 쓸 것도 많고, 덕분에 삼류대 출신이 신입사원 대표가 될 수 있었죠"
듣던 중 그 분이 입사한 그룹사가 내 첫 직장이었단 걸 알게 되어 곧바로 우린 선후배 호칭을 쓰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난 과거의 꼬리표를 어느 자리에서든 얘기합니다. 절대 숨기지 않았어요. 내 초라한 과거에 묻혀서 허우적거리느니 그냥 당당히 인정하고 열심히 살았어요. 덕분에 실적이 오르니까 조직에서 승진기회가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상사들도 인정해주고"
결국 실력을 인정받아 다른 증권사로 스카웃 되었고 초고속으로 승진한 끝에 젊은 나이에 소위 조직 내에서 넘버 투의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사실 워낙 그분의 입담이 좋았기에 이 지면에 다 옮기기에는 어렵고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다.
1. 절대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
2. 일단 시작했으면 되는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집중한다. 안 될 이유를 찾아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 두 마리 토끼를 잡지마라. 다 놓친다. 그렇게 잘 난 사람이면 다른 것을 해라.
4. 돈은 유효기간이 없지만 인생은 유효기간이 있다. 나이를 먹고 돈과 시간이 많으면 뭔 소용인가. 어영부영하지 말고 할 때 해야 한다. 노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4가지로 적어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세무사시험 공부랑 어쩜 그렇게 비슷하던지 내 모음집과 상담에서 주로 나눴던 얘기들을 처음 만난 회사 선배님으로부터 주말 골프장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화창한 봄날 최고의 골프 스코어를 기록하고 운전하며 돌아오는 내내 생각했다. 마지막 이야기를.
"돈은 유효기간이 없지만 인생은 유효기간이 있다. 나이 먹어 돈과 시간이 많은들 뭔 소용인가. 어영부영하지말고 할 때 해야 한다. 노는 것도, 공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