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 뒤늦게 빼든 野…예산국회 폭풍전야(?) = 3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우리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게 형성됐다. 특히 정부의 재정정책을 두고선 '막대한 나라 빚을 지우게 한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서 향후 예산국회를 앞두고 결전을 다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과거 정부를 겨냥한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라는 여야 간 대결구도가 어느 정도 잦아들면서 당면한 경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정감사 막바지를 가득 메웠다.
현재 대내적으로는 폭증하는 가계부채, 복지지출에 따른 재정건전성 등을 비롯해 대외적으로는 한미 FTA 개정협상, 중국의 사드관련 경제보복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처법을 묻는 질의가 쏟아졌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은 "우리나라가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발생했는데, 2017~2018년에는 괜찮다고 하나 속으로는 썩어 있다"며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국가재정이 악화되어 있고 '휴먼 파워' 자체가 예전 같지 않다. 경영환경도 악화되면서 기업인들 사기가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복지 제도가 양적으로는 급속히 확대되지만 질적 개선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중복 수급, 부정수급 등 복지전달 체계 운용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검토해 복지전달 체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도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환율조작국 문제는 빠졌고 사드보복도 풀릴 기미가 있으나, 기재부나 한은에서는 이런 이슈에 대해 어떤 옵션을 가지고 어떻게 접근할건지 당연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안팎으로 리스크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외교, 국제경제 측면에서 좋은 성과들도 최근 있었고 앞으로 도전 과제가 있으니 나름대로 관리하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문제는 복지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가채무라든지 관리재정수지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경제성만으로 평가하기 힘든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평가방식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성만 쫓다보니 지역발전에 불균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은 "예타 조사가 그간 재정의 효율성 등 사업비 절감에 기여했다고는 하나, 낙후지역은 이 부분 때문에 더 소외 됐다"며 "특히 강원도는 인구는 없고 땅은 넓은 지역으로 길을 깔아줘야 하는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안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도 "정부가 지금 예타를 할 때 경제성을 40~50%, 정책성 25~30%, 균형발전 25~30% 반영하도록 되어 있는데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봐야지 않느냐"라며 "앞으로 이렇게 경제성만 해가지고 예타 결과를 갖고 사업을 하느냐 마느냐 하면 불균형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이하 가계대출 비중이 대폭 늘어난 부분에 대해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액 61%가 30대 이하 차주였는데 이를 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쪽에 쏠려 있는지 관련 자료를 조금 더 보고 보완할 점이 있으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쟁부 장관이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둘러싸고 공방전... 재정정책 '가시밭길' 예고
재정건전성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등 이른바 4대 재정정책이 지속됐을 때 막대한 국가채무가 발생한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 자료가 불씨를 당긴 모양새다.
여당은 '신뢰하기 어려운 추정 값'이라고 방어에 나선 반면, 야당에서는 장기 재정 전략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인구전망이나 경제성장률 전망이 어떤 시나리오에서 어떤 조건 값을 주느냐에 따라 다른데, 예정처 자료는 국가채무 규모를 분석하면서 수입의 변화를 계산하지 않고 지출의 변화만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건 신뢰도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제개편, 지출구조조정 등 수입 증가분을 빼놓고 지출증가만 놓고 하면 당연한 결과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소 공격적인 전망이라고 표현한 김 부총리도 "정확한 조건에 대한 의미라든지 균형잡힌 시각에서 나오면 좋을거 같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정부에서 장기재정 모습이 어떻게 가는지에 대한 자료를 가져오지 않는다"라며 "그런 자료를 주면 그걸 놓고 국가미래를 다시 고민하는 자리가 돼야 하며, 불필요한 논쟁으로 국민들을 걱정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여당 의원들은 적폐 청산 프레임을 여전히 깨뜨리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더민주 윤호중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사건 중 국세청과 관세청에 부당한 세무조사 압력이 있었으며, 이제는 기재부 인사까지 개입한 사실이 특검 진술 조서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팩트를 잘모르는 데 적어도 당연한 일이지만 기재부 인사문제가 다른 쪽에 영향받는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다스 대출과 관련해 금리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 똑같이 100억원 이상의 수출 관련 대출 이율현황을 보면 다스가 제일 낮다"며 "히든챔피언 서류조작한 부분과 이 적용이율 2가지 건을 감사원에 감사의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