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및 세법개정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하고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6월 취임 한달여만에 국회를 찾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협조를 요청한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국정운영 방향으로 삼고 있는 '사람중심 경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국회가 이를 뒷받침해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예산은 당면한 우리 경제·사회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회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특별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국정과제를 비롯해 제 때 경제와 민생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란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429조원…'일자리' 대폭 증액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편성된 이번 예산안은 ▲일자리 ▲가계소득 증대 ▲혁신 성장 ▲국민 안전과 안보에 방점이 찍혔다.
먼저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조1000억원 증가한 19조2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 특히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예산"이라면서 "요즘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데, 고용상황까지 개선된다면 더욱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자리 예산은 구체적으로 경찰·집배원·근로감독관 등 민생현장 위주의 공무원 3만명을 늘리는데 투입되고, 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1만2000개를 만드는데 쓰인다.
문 대통령은 "민간부문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지원하겠다"며 "고용을 늘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은 1인당 전환지원금과 세제지원이 대폭 늘어난다"면서 "또한 임금을 인상한 중소기업의 세액공제율도 2배 확대된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한명 분의 임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추가채용 제도를 내년에 2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민 중심…소득주도 성장 기반 마련
문 대통령은 일자리 예산 확대에 이어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의 기초소득을 늘려 생계비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소비나 저축에 여력이 생기도록 하려는 것이다. 서민층의 소득증대는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법 개정도 추진한다"며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과 과표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서민·중산층,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를 인상해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현실화하겠다고 했다. 또 저소득층 청년들이 활용하도록 청년희망키움통장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이고 국가 책임을 높였다"면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을 4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고, 치매안심센터와 요양시설 등 치매국가책임제 시설을 확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5세 이하 아동에게는 아동수당을 도입해 내년 7월부터 월 10만원씩 지원하고, 기초연금 월 25만원 인상 및 지급대상 확대, 어르신 일자리 지원 대상 51만4000명으로 확대, 장애인연금 25만원으로 인상, 장애인 일자리 1만6000명으로 확대 등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고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일자리 안정자금을 2조9704억원 편성했다"면서 "또 1인 영세자영업자에게는 2년간 고용보험료 30%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 예우는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면서 "참전수당과 무공수당을 월 8만원씩 인상했다. 이와 함께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던 독립유공자 후손들께는 최대 46만8000원까지 생활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통한 '혁신성장' 기반 확충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과 벤처창업으로 새로운 성장기반과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혁신성장 예산을 중점 반영했다"면서 "성장동력을 찾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혁신창업에 특히 많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총 1조 5000억원을 투자하고, 특히 중소기업간 공동연구 지원 확대 및 스마트 공장 지원 등 지능정보화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창업으로 연결시키는 핵심기반으로 한국형 창작활동공간을 75곳 설치하겠다"면서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 할 것을 약속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국가 책무"…환경·안전·안보 예산 확대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며, 나라다운 나라의 출발점"이라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환경・안전・안보분야 예산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염려가 큰 미세먼지 등 환경 개선을 위해 노후경유차와 화물차 조기폐차를 늘리고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에 대해 국가도 책임을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이 피해구제를 받는 데 차질이 없도록 가습기 특별구제 계정에 정부가 100억원을 신규 출연하도록 했다"면서 "또한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살생물제 안전관리 예산 183억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먹거리 안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면서 농수산물 안전성 조사를 확대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되풀이되는 가축질병에 조기 대응하기 위해 예산을 확대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국방예산은 자주국방능력을 갖춘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6.9%를 증액했다"면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병사 봉급을 병장기준 월 21만6000원에서 40만6000원으로 대폭 인상해 사병 복지와 사기를 높이고, 방위력 개선 예산을 10.5% 대폭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