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2기 국세행정 수장으로 취임한 이주성 청장은 취임 한 달도 안 된 지난달 12일 무려 273명의 음성·탈루소득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조사대상자는 사채업, 유흥업, 병·의원, 건설사, 부동산투기업자중에서 부당이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람들로 소위 '민생경제침해사범'이라고 한다.
국세청 내부승진 전통을 되살린 이 신임 청장은 중간급 간부들의 승진인사도 미루어 놓고, 국세청 조사국 요원들을 현장에 내 보내 관련 서류를 압수하는 강단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은 오늘(12일) 또 한건의 대형조사계획을 발표했다.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해 주는 자료상 혐의자들에 대해 일제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국세청은 경기를 감안, 세무조사 건수를 대폭 줄였었다. 이 때문에 세무질서가 상당히 느슨해 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받기도 했다.
한발 더 나아가 국세청 파워의 핵심인 특별세무조사를 폐지하고 조사국 비노출제도를 시행함으로써 국세청 내부에서는 조사국이 '무너졌다'는 말도 나왔다. "세법질서가 문란한 현장이 보이는데도 윗분들의 생각이 그러니 뭐 어쩔수 있겠느냐"는 한탄도 나왔다.
○…부동산 투기자, 악덕 고리사채업자, 고소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일부 고급유흥업소, 실물거래도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수수료를 챙기고 세금계산서수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료상 등은 이를테면 '사회악'이다.
국세청은 지금 이런 '사회악'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전임 청장이 세무조사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서의 역할도 있다며 신중했던 모습과는 사뭇다르다. 이 청장은 보도를 꺼내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1조87억원의 자금을 굴려 1058억원의 소득을 탈루한 사채업자를 적발했다는 뉴스를 접한 한 시민은 "국세청 관계관님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는 격려성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누리꾼의 말대로 지금까진 이 청장이 꺼낸 보도의 칼끝이 타겟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칼끝이 어디에서 멈추어 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10명의 도둑을 놓치는 일이 있어도 1명의 억울한 시민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국세청 관계자들이 다시금 유념하여 성실한 납세자보호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