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 등 굵직한 이슈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여야는 분산돼있던 당력을 예산안 심사에 집중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예산안이 문재인 정부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일자리 창출 등 핵심 정책을 실현하는 데 마중물인만큼 원안대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반면 정부 예산안에 대해 '좌파 포퓰리즘 정책', '7대 퍼주기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강경 모드로 일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당 상임위원회 의원들에게 일자리 관련 예산 심의에서 삭감·조치할 것을 주문하며 본격적인 예산투쟁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삭감된 예산안을 국방 쪽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케어 등을 중심으로 한 복지 쪽 정부 예산안에 날을 세우면서 당의 텃밭인 호남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안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 심의 과정을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등 정계개편에 휩싸이며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비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與 '사람 중심·지속 성장' 경제 마중물…"대승적 협조 부탁"
민주당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청년실업률과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뒷받침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또한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 등은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의 공통 공약인 만큼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부탁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최악의 청년실업률과 저출산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가의 존립기반이 위협받게 된다. (일부 야당에서 문제제기하는)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기가 없으면 장기는 더욱 절망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야당의 대승적 결단과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은 지난 대선 모든 정당의 공통공약이었는데, 이제 와서 재원대책 때문에 못하겠다면 다른 대안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해야한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55주년 소방의 날을 맞아 "문재인 정부는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국가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소방관 등 국민생활, 안전을 위한 현장 공무원 증원을 위한 내년도 예산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면서 "국민과 소방관이 모두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야당의 대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국당 "불요불급 예산 반드시 삭감" 천명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합류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한국당은 정부 예산안이 미래세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여론전을 펴며 눈에 띄는 삭감을 통해 문재인 정부 국정 동력에 확실한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표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한국당은 소위 좌파 포퓰리즘, 퍼주기 예산에 대해서는 과감한 손을 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상임위에서 제대로 불요불급한 예산이라든지 누가 봐도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제대로 된 재정계획이 없는 예산이 온 것에 대해서 분명히 삭감을 해줘야 예결위에서 제대로 심의를 할 수 있다"며 "국민을 위한 시각에서 강력한 예산투쟁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발언을 거론하며 "정부는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한국당은 예산국회서부터 관련 예산확보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당 의원총회에서 "누차 말씀드렸지만 문재인 정부(예산은)는 퍼주기식 예산이다. 상임위에서 적극적으로 (정부 예산안을)삭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선별과제"라고 거들었다.
국민의당, 호남 예산 확보로 민심 공략
국민의당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과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 정책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호남 SOC 예산만큼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 각을 세워 야당 특유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면서도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 예산을 확보, 민심 공략에 나서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 원내정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공공기관 일자리 81만개를 늘리겠다고 발표한지 10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엄청난 혈세가 투입될 핵심정책의 국민부담액과 관련해 어떤 근거자료도 내놓지 못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복지 분야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내놓았다. 김 원내대표는 "복지 분야도 마찬가지로 (정부는)재정추계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한 결과 기초연금만 해도 국민 1인당 추가부담액이 2018년도 3만원에서 2060년에는 75만8000원으로 28배 증가한다"면서 "국민의당은 지나친 복지지출로 인한 경직성 예산확대를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건강보험과 관련해 생색은 현 정부가 내고 폭탄은 다음 정부가 맞게 생겼다"고 꼬집으면서 "문재인 케어는 돈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돈케어(I don't care)인 것 같다"고 힐난했다. 이어 그는 정부를 겨냥하며 "정책 실패의 부담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대한민국은 5년 뒤에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내년도 SOC 예산을 20% 삭감하면서 호남의 주요 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면서 "(지역별)격차해소를 위해 국민의당은 호남권 SOC 예산을 1조6000억원 증액시키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