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제공 = 한국경제연구원.
우리나라 10대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가 미국의 10대 기업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소득 대비 실제 법인세 납부비중인 '유효법인세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데 반해, 우리나라는 법인세 부담정도가 법정세율에 근접할 정도로 높아졌다.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의 의뢰로 서울시립대 최기호 교수가 진행한 '한국과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 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2007~2016년) 간 누적된 유효법인세율은 한국 10대 기업이 19.5%였다. 미국의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인 25.2%보다 낮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우후 미국의 유효법인세율은 하락세를 보인 반면 한국기업의 세율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탔다. 이로 인해 한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21.8%를 기록하며 미국 세율(18.3%)을 처음으로 역전했다.
한국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늘어난 데는 '증세' 목적으로 추진된 각종 세금공제·감면 제도를 축소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 세법개정으로 대기업의 '최저한세율(각종 공제를 받아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금)'이 16%에서 2014년부터 17%로 높아졌고, R&D 공제 축소도 지속되면서 실제 대기업(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의 R&D 공제율이 2013년 13.5%에서 2016년 4.0%까지 뚝 떨어졌다.
법정세율 대비 유효법인세율 측면에서도 지난 10년 간 한국은 79.4%, 미국은 71.9%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10대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법정세율에 가까운 높은 법인세 부담을 짊어졌다는 소리다.
작년 한 해만 놓고 봤을 때 양국 간 격차는 더 커진다. 한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90.0%를 기록한 반면, 미국 10대 기업은 52.4%에 불과했다. 미국 기업은 명목세율 대비 실제 부담하는 비중이 절반에 그친 것이다.
최기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법정법인세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지만 미국 기업들은 저세율 국가에 소재한 해외자회사로의 소득이전을 통해 법인세를 절감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동일 업종 내 기업사례에서도 한국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높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유효법인세율을 비교한 결과, 2010년 이후 삼성이 애플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해 지난 10년 간 누적된 삼성의 유효법인세율은 17.6%로 애플(16.7%)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법정세율 대비 유효법인세율도 삼성은 71.5%, 애플은 47.6%의 세율을 부담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주요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결코 적지 않다"며 "미국과 반대로 우리나라가 3%포인트 법인세율을 인상한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내에서 논의되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