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법안의 특성상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현재까지 조세소위에서 이뤄진 심의는 10분의 1에 그쳐 자칫 남은 4차례 회의에서 졸속으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조세소위에서 여야가 접점을 좁히지 못하거나 공방을 거듭하는 사안은 크게 법인세·소득세 인상·양도세 인상·종교인 과세 유예 등으로 정리된다.
물론 법인세·양도세 인상 등은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야당이 합의하지 않더라도 본회의 사정은 가능하다. 하지만 표결 처리과정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커 국회의장이 지정 권한을 갖고 추진하는 데 부담감이 따른다.
與 "공정한 핀셋 증세할 것" VS 野 "초과세수 예상…명분없다"
여당은 저성장·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의 뒷받침을 강조하며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이를 '핀셋 증세'로 규정하며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고소득자들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은 4개였다. 정부안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3억원~5억원 구간이 적용받는 세율을 40%(현 38%), 5억원 초과는 42%까지 올리는 것이 골자다.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5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고 세율을 무려 45%까지 매기는 안(노회찬 의원안) 등도 상정되어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조세소위 첫날 "(야당에서)핀셋 증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증세를 하면 어떤 증세든 핀셋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정확하고 공정한 핀셋증세를 하는 것이 조세정책의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고소득자들이 능력이 되니까 더 부담해야된다는 논리는 우리나라 과세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면서 "초과세수가 예상되는 데 왜 증세를 하느냐. 증세 명분이 없다"고 응수했다.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세금을 올리면 기업들이 조세회피 수단 등을 남발해 오히려 세금이 덜 걷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치용 계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세율 인상에 병행해서 비과세 감면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양도소득세 중과로 부동산 안정화…野 "땜질식 처방에 불과해"
여야는 20일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발의한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공제율 하향 및 적용기간 조정·사업용 토지에 대한 공제율 상향' 및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정부안) 대한 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정면으로 격돌했다.
이언주 의원안은 현행 적용되는 공제율 10~30%와 별도로 사업용 토지에 대한 보유기간별 공제율을 마련해 24~80%까지 상향하되 공제받기 위한 최소보유 기간을 상향하는 등의 내용으로 사업용 토지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양도소득세 중과는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내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기본세율(6~40%)에 10~20%p 가산해 과세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주택시장의 과열이 확산됨에 따라 투기수요에 의한 주택시장의 불안을 차단하려는 취지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토지·주택 정책을 새롭게 하면서 부동산 정책이 엉망이 됐다"면서 "공제율을 높였다가 낮췄다가 반복하니깐 토지 거래의 안정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장기적으로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세제와 관련해 압박을 가하면 거래가 막힌다고 하는데 사실 거래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경제구조이지 세제가 핵심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시장을 향해 장기 보유를 권장하는 성격의 메시지를 발신하면 거래 활성화의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은 "(토지를)장기 보유한 사람에 대해서는 투기성이 아니라고 본다.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우게해서 거래를 활성화해야 지나친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맞섰다. 부득이하게 토지를 장기 보유하는 사람에 대해서만큼은 공제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대책과 관련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것에 대해 야당은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며 반대 논리를 폈다.
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정부 측을 향해 "예를 들어 7~8년 전에 구매했는데 팔 때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고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겠다하면 국민들이 이 논리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면서 "(정부가)어떻게 정책을 판단하고 내놓는 것인지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기획재정부 이용주 재산세제 과장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면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내년 4월1일까지 유예를 두고 시간을 주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정부는)당연히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을 안정성있게 해야지 쫓아가며 땜질하니깐 풍선효과만 나타나는 것"이라며 "특히 (정부가 발표한)8·2 부동산 대책이 돈 있는 사람들만 거래를 할 수 있게 하고 돈 없는 사람들은 더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거듭 질타했다.
여야 눈치 싸움 속 종교인 과세 유예안은 불투명?
내년 시행까지 한 달 남짓을 앞두고 있는 종교인 과세 유예안은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는 여론과 내년 지방 선거를 염두해 두고 있는 여야가 종교계 표심을 놓고 셈법에 나서면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단 조세소위는 심사를 한 후 합의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방침이다.
조세소위는 20일 열린 회의에서 논의에 들어갔지만 정부 보완 방안을 보고받은 뒤에 다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심의 대상은 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 국회의원 25명이 앞서 지난 8월 종교인 과세 시행 시기를 내년에서 2020년으로 2년 추가 연장하자며 낸 법안이다.
조세소위 위원들은 내년에 종교인 소득 과세를 시행하는 데는 큰 이견차가 없었다.
조세소위위원장인 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구체적인 과세 방법 등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의견을 수렴해서 오해가 있으면 푸는 방법으로 하면 좋겠다"면서 "대안제시가 있으면 문제의 소지는 최소화하면서 예정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했다.
같은당 이현재 의원 또한 "내년 시행하는 원칙에 대해서는 종교계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서로 불신이나 오해가 생기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종교계 의견을 듣고 논의를 해야한다"고 궤를 같이했다.
이에 기재부 고형권 제1차관은 "우려한 바와 같은 문제를 최저하하기 위해 부총리부터해서 종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내부적으로 방안을 마련했다. 22일 조세소위에서 정부 안을 들어보고 의견을 주시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한편 조세소위는 22일 오전 9시 종교인 소득 과세에 대해 비공개로 회의를 열고 재논의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