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기준으로는 'KB, 미래에셋' 기부왕 1위·2위
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공헌 실적은 이익에 비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증시호조로 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순이익 대비 기부금 지출 비율이 대부분 0%대로 기부엔 인색한 모습이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KB증권이 유일하게 1%대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와 각 증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자본규모 상위 10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총 기부금은 82억9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증권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2195억원 대비 기부금 비율은 0.37%에 불과했다. 1만원을 번다면 고작 37원을 기부목적으로 쓰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의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이 0.5%에서 1.36% 수준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10대 증권사 중 올들어 3분기까지 기부금 지출액이 가장 큰 회사는 KB증권으로 22억1900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 이어 미래에셋대우(20억5600만원), 삼성증권(10억3400만원), NH투자증권(8억9300만원), 하나금융투자(5억6800만원), 한국투자증권(5억5300만원), 신한금융투자(2억8900만원), 키움증권(2억5500만원), 대신증권(2억3900만원), 메리츠증권(1억8800만원) 등의 순을 나타냈다. 특히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10개 증권사의 기부금 총액 중 절반이 넘는 42억7500만원을 지출했다.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 역시 KB증권이 가장 높았다. KB증권은 3분기까지 1320억원의 순이익 대비 1.68%의 기부금을 냈다. 이어 하나금융투자는 924억원의 순익에서 0.61%, 미래에셋대우는 0.50%, 삼성증권 0.49%, NH투자증권 0.32%, 대신증권 0.24%, 신한금융투자 0.18%, 키움증권 0.15%, 한국투자증권 0.14%, 메리츠증권은 0.07%을 각각 기부금으로 사용했다.
증권사 실적 순항 속 기부는 뒷걸음
KB증권은 올 3분기까지 총 22억1900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순이익은 1320억원으로 순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1.68%를 기록했다. 누적 순이익 금액이 전년 동기대비 83% 증가한 것에 걸 맞는 지출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KB금융그룹에 편입되면서 그룹의 사회공헌 사업 방향에 따라 기부금 포함 관련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가장 존경받는 기업시민'이란 그룹 목표달성을 위해 청소년, 다문화, 경제금융교육 등의 사회공헌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는 3분기까지 5억6800만원을 지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5억36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누적 순이익이 전년대비 59.6% 증가한 924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초과 달성한 것에는 미치지 못한 결과였다.
지난해 기부금이 가장 많았던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역시 20억대의 기부금을 내며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금액기준으로는 2위,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로는 3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 누적순이익 4081억원을 달성하면서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0.50%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의 기부금 지출은 지난해 3분기(누적) 15억2600만원에서 올해 9월까지 10억3300만원으로 5억원 가량 쪼그라 들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순이익이 41.1%한 증가한 2099억원을 올린 것에 비하면 오히려 기부액은 감소한 것이다. 다만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5위에 비해, 순이익 대비 기부금 지출 비중은 4위로 한 단계 위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나누미펀드를 통해 직원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며 "연중으로 경제교실 책기부 등의 공헌활동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26억원의 기부금을 지출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8억9300만원 수준까지 기부금이 대폭 줄였다. 이 회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41.8% 증가한 2821억원을 달성하는 등 견조한 수익성을 계속하고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미 연간 최대 당기순이익 기록인 지난해 2080억원을 3분기만에 올린 것을 감안하면 기부에 인색하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기부금계정으로 분류되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이 대폭 늘었다"며 "올해는 아직까지 근로복지기금 적립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2억2600만원에서 올해 2억3900만원으로 기부금을 다소 늘렸다. 이 회사는 전년 동기 대비 81.4% 늘어난 352억원의 3분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또 누적 순이익금액은 1012억원으로 전년보다 59.7% 올랐다.
한투·신한·키움 순이익 대비 기부비율 0.01%대 그쳐…메리츠는 0%대
증권사 중 기부에 가장 인색했던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올 3분기까지 1억88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그러나 누적 순이익이 2688억원으로 업계 4위권임을 감안하면 기부활동에 인색하다는 평가다.
이 회사의 순이익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07%에 불과해 10대 증권사 중 가장 낮았다. 특히 순이익 규모가 비슷한 NH투자증권(8억9300만원)의 비해 기부금 지출이 턱없이 모자랐고, 자기자본규모가 비슷한 신한금융투자(2억8900만원)과 비교해도 65% 수준에 그쳤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기부가 많아 재무제표상 금액으로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메리츠참사랑봉사단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부액이 무조건 적다고 볼수는 없다"고 답했다.
메리츠 외에도 한국투자, 신한금투, 키움증권 등이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이 0.01%대에 머물러 기부에 인색한 회사들로 평가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메리츠증권의 뒤를 이어 벌어들인 순이익에 비해 기부금을 가장 적게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누적) 기부금 6억4200만원에서 올해 5억5200만원으로 1억원 가량을 줄였다. 상반기에만 순이익 2706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2367억원의 순이익을 넘어섰다. 또 실적 1위인 미래에셋대우와 58억원 차이(누적기준)로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이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0.50%), 한투증권(0.14%)간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0.36%P의 큰 격차를 보였다.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기간 3억100만원에서 2억8900만원으로 다소 줄였다. 올 9월까지 1572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0.18%에 그쳤다.
키움증권의 경우는 같은 기간 4억3400만원에서 2억5400만원으로 기부금을 줄여 지난해 58% 수준에 머물렀다. 누적 순이익은 전년대비 24.7% 증가한 1655억원을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기부액수는 오히려 뒷걸음을 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타업종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증권사들이 기부에 인색한 것은 사실이다"며 "실적이 좋은 회사들 위주로 기부금 액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증권업계 차원에서 조금 더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