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뭡니까? 지난해에 회계학1부가 60점대라서 올해는 회계학2부에 신경을 더 쓰긴 했어도 35점이 나와 버리면 어떡하죠?"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나고 몇 일이 흐른다.
합격한 수험생들은 바로 연락들이 오지만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로부터의 연락은 1주일이 지나서야 걸려온다.
수험생이 불합격한 점수에 대처하는 형태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도저히 불합격한 이유를 못 찾아 힘들어하는 유형이다.
앞선 대화의 주인공들이다. 작년보다 분명히 1년을 더 공부했는데 어떻게 점수가 뒤로 갈 수가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채점에 문제가 있음을 확신한 그들은 온라인상에서 모임을 결성해 산업인력공단에 확인절차를 거친다. 물론 가능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나도 2번째 2차 시험의 점수를 받아들고 망연자실한 기억이 있다. '도대체 나의 1년간의 노력은 어디로 갔을까'
그 치유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다치는 것은 자신이다.
둘째는 자신의 실력부족을 자책하며 동굴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유형이다. 이래도 내 탓이요. 저래도 내 탓이다.
나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사단이 났다고 판단한 그들은 작년에 5회독 하였다면 올해는 6회독 이상을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서는 작년 방식그대로 자신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물론 1~2년 정도 공부하고 나온 불합격 점수는 당연히 공부량 절대부족이 맞다. 하지만 더 긴 공부시간과 3~4번 이상 2차에서 불합격했는데도 계속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다시 칼을 갈기 위해 동굴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과거 글에도 있지만 그들에게 요구되어지는 것은 공부실력이 아니라 시험실력의 확보다. 방향을 잘 못 잡고 백날 동굴 속에서 칼을 간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간혹 합격수기를 읽다보면 20대 재학생이 1년 공부하고 동차 합격을 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다. 나 조차도 내 5년간의 고생은 무엇인가라는 자조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정말 예외 중의 예외이다. 1년이란 시간은 사실 기초가 없는 수험생이 1, 2차 기본서 한번 제대로 보기도 벅찬 시간이다. 그런데 합격까지 한다면 그런 분은 더 어려운 다른 시험에도 꼭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그들은 시험계의 신동인 것이다. 극강의 시험 실력을 갖춘. 절대 세무사 시험으로만 만족하지 않기를 바란다.
셋째는 과거로부터의 단절 유형이다(RESET).
작년에 나온 점수와 올해 나온 점수는 별개라고 보는 유형이다. 작년에는 공부가 부족했어도 내가 전날 외웠던 게 나오면 점수가 높을 수 있고 올해는 몇 배 공부실력이 늘어도 내가 풀지 못한 문제가 나오면 점수가 낮은 것이다.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들여다본다. 담담히 내 공부실력과 시험 실력을 체크하기 위해 주변의 실력자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손도 못 대는 문제가 없도록 하거나 그에 대응하는 기술을 늘려야 한다.
공부실력이 부족하면 구술 스터디를 통해 해결하고 시험 실력이 부족하면 학원이나 시험풀이 스터디를 통해 보완해 본다.
어제의 나와 단절해 보자.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