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 '불씨' 살린... = 한국세무사고시회(회장 이동기)가 지난 11월15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보낸 세무사법 개정안 직권상정 청원서. 이후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청까지 이루어지면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본회의 표결을 통해 전격 통과됐다.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제도를 내년부터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215명 반대 9명 기권 23명으로 전격 가결된 것이다.
현재 세무사 업계는 지금 '축제분위기'다.
큰 일을 성취한 만큼 '논공행상(論功行賞)'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현재 한국세무사회 주변에서는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가 영 수상쩍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분' 한껏 띄운 세무사회장의 서신, 누가 썼을까?
지난 11일 이창규 세무사회장은 전 회원들에게 한 통의 서신을 보냈다. 세무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관련한 그간의 일들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전략) 특히 전임 집행부는 네 번째로 이상민 의원 등이 제출한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해 11월30일 의결하여 법사위에 회부되어 120일 이상 법사위에서 계류되고 있는데도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하여 이를 통과시키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이창규 세무사회장) 2017년 7월 회장으로 취임한 후 풍부한 국회인맥과 많은 법을 개정해 본 정구정 전 회장과 손을 잡고 세무사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를 추진하는 한편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하여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대한 변협이 모르게 추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전임 진행부에서 이루지 못한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를 폐지하였습니다. (후략)"
이 서신을 접한 상당수 세무사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전임 집행부가 깔아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다시피 한 현 집행부가 전임 집행부의 치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제는 집행부와 전혀 상관이 없는 전전임 회장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그가 모든 것을 주도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상당수 세무사들은 이번 쾌거는 전임 집행부가 '밥상'을 차려놓지 못했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비록 법제사법위원회 벽을 넘지 못했지만, 지난해 9년만에 세무사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시켜 놓은 것은 분명한 전임 집행부의 치적.
이후 최순실 게이트 문제로 온나라가 시끄러운 판국에 장미대선까지 치러진 상황을 감안할 때 전임 집행부가 법사위에 계류 중이던 세무사법 개정안을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본회의에 상정시킬 만한 여건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임 집행부가 국회선진화법을 활용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억지춘향'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집행부 안팎에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세무사법 개정안의 직권상정 추진을 언급한 지난달 20일 전후까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집행부 일각에서는 법사위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김진태 법안심사2소위원장(자유한국당 국회의원) 교체 이후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흘러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는 전언이다. 정 의장의 직권상정 추진 언급은 그만큼 예상밖의 일이었다.
한 세무사 회원은 "현 집행부도 선거 종료 이후 전 집행부와의 송사 문제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을 활용할 생각을 했는지가 굉장히 의심스럽다"며 "정작 노력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도 불구 이런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글을 써서 전 회원들에게 보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집행부, 현 집행부 외에도 많은 이들이 피땀어린 노력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에 대한 공과를 누군가가 독식하려는 것 같다"며 "현재 세무사회에 상왕이 존재한다는 등 이런 저런 말이 많던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보니그저 소문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재주 열심히 넘은 곰, '고시회'의 자리는 없었다
◆…한국세무사고시회가 지난 11일 고시회원들에게 보낸 '세무사법 개정안 국회통과에 대한 축하 및 감사 인사'. "이번 역사적인 세무사법 개정은 어느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알찬 열매를 수확하는데 있어 어찌 농부 한 사람의 힘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세무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결정적 기여를 한 주체는 세무사고시회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언급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낸 계기도 현 세무사회 집행부가 아닌 고시회가 만들었다는 평가다.
고시회는 지난 11월15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격 자동부여'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직권상정 청원서'를 제출했다.
엄동설한에 국회 정문 앞에서 세무사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주도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쏟아 부은 것도 고시회였다.
하지만 이창규 세무사회장이 보낸 서신 그 어디에도 고시회와 고시회원들의 노력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문구는 찾아볼 수가 없다. 고시회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은근슬쩍 전전임 세무사회장인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의 이름이 채워져 있는 모습이다.
또 다른 세무사 회원은 "세무사법 개정은 세무사회 역사에 큰 경사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 결실을 맺었으니 고생한 이들에 대한 노고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전제한 뒤 "그런데도 마치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일을 성취했다는 식으로 여론몰이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 정구정 전 회장이 영웅이고 이창규 현 회장은 제2의 영웅이다, 는 식의 말들을 하는 모양인데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그들이 왜 영웅인가. 진짜 영웅은 개정안을 만들어 낸 이들이고(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드러내지 않고 법 개정에 힘을 보탠 세무사 회원들이다. 집행부가 다 해냈다는 식의 주장으로 회원들을 현혹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