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2조 서울시금고 쟁탈전
서울시 금고지기 선정…금융계 복수금고 방식 요구
내년 연간 31조7429억원의 예산을 굴리는 서울시 금고 선정을 앞두고 복수금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내년 서울시 금고를 선정할 때는 일반회계와 특수회계를 나눠 복수금고를 선정해 1세기를 넘긴 우리은행의 시금고 독점체제를 깨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금고의 운영과 관리는 우리은행이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100년이 넘게 도맡아 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수의계약으로 80년 가량 시금고지기를 독점해 왔으며 IMF이후 공개경쟁을 도입해 다른 시중은행들과 경쟁해왔다.
그러나 다른 시중은행들은 우리은행이 그간 서울시 주거래은행으로서 쌓아온 노하우와 전산시설 등의 인프라 벽을 넘지 못했다. 지자체의 예산 규모가 클수록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복수금고 선정이었다. 행정자치부는 2012년 7월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은행을 기존 1곳에서 최대 4곳까지 선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각 지자체가 다금고 정책을 채택 운영하도록 권유하기 위한 조치였다.
서울시의 경우도 2013년 4월엔 서울시 의회에서 시복수금고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입법 발의안을 가결해 복수금고 지정 지자체가 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시금고를 2개 이상 지정할 수 있다. 일반회계는 하나의 금고를 지정하고 특별회계와 기금은 특성에 맞게 금고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선 지난 2014년 서울시금고 은행 선정 당시 서울시가 복수금고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햇다. 당시 부산시를 비롯해 다른 지자체들도 금고 은행을 복수로 지정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선택은 달랐다. 서울시는 시금고를 단수로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의 시금고 은행 수성을 가능하게 해줬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서울시는 단일금고를 채택할 경우 지방재정의 통합성과 자금관리를 효율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복수금고 체제의 장점이 더 많다는 주장이 만만치않다. 더구나 광역단체 중 가장 예산규모가 큰 서울시가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단일금고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또한 복수 은행을 선정함으로써 무엇보다 금고관리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서울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선 2~4곳의 복수금고를 지정하고 있다. 복수금고로 운영되는 시금고는 일반회계(예산)을 다루는 제1금고와 특별회계와 기금을 관리하는 제2금고로 나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복수금고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도 단일금고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데 1000만명이 넘는 거대도시가 시금고를 하나만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특히 행정안전부의 지도사항에서도 복수금고를 장려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권 여러곳이 파산하는 것을 경험했는데 1000만 서울시의 1년 30조가 넘는 전 재산을 한 곳에만 맡겨 관리하는 것은 안정성에 있어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금고 사업자가 많아질수록 지방재정 부담도 줄어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복수금고 체제에선 금고 사업자가 시의 기여사업을 위해 내는 출연금 또는 협력사업비 부담을 나눌 수 있어 그만큼 시의 재정부담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의 10억이 들어가는 사업의 경우 1금고 체제에서는 한 곳이 부담하기 힘들 수 있지만 복수금고 체제로는 그 부담을 나눌 수 있다"며 "특히 지금까지 예산이 부족해 못했던 지역사회 공헌에 있어서도 시의 정책에 따라 진행 가능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이는 결국 시민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서울시 금고를 100년이 넘게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것는 독점이나 몰아주기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서울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전체 30조원을 우리은행에 몰아주고 있는 것은 사실상 적폐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금고 은행 선정은 4년마다 한 번씩 이뤄진다. 내년 선정 은행은 오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시의 예산, 기금, 유휴자금 관리 등을 맡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