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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674억 원의 조세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최근 이 회장이 제기한 증여세등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이 회장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해외 금융기관에 명의신탁한 주식의 실제 소유주로 증여세 납부의무가 있다"며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다만 "증여세 부과처분 중 부당무신고 가산세 71억 원에 대해서는 이를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5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국내외 발행 주식(이 사건 주식)을 해외 금융기관 명의로 취득했다.
국세청은 이 회장이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임에도 해외 금융기관 등에 명의신탁했다며 구 상증세법 상 '명의신탁재판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음에도 부당하게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여세 및 가산세 합계 2081억 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또 이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 중 일부에게 명의신탁한 이 사건 주식 등을 양도해 양도소득이 발생했음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 합계 426억 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이 회장이 배당소득과 근로소득에 대해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종합소득세 및 가산세 합계 107억 원을 부과했다.
한편 이 회장은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이 중 940억 원을 취소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조세심판원의 결정 이후 이 회장은 남은 1674억 원에 대해서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재판에서 "이 사건 페이퍼컴퍼니를 이 회장이 지배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법상의 소유권'까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페이퍼컴퍼니는 그 주주 또는 사원과 구분되는 별개의 법인으로서 법률상 독자적인 귄리·의무의 주체가 되므로,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는 이 사건 페이퍼컴퍼니로 봐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페이퍼컴퍼니는 이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됐고, 페이퍼컴퍼니가 별다른 사업실적이 없을 뿐 아니라, 회사로서의 인적 조직이나 물적 시설이 없어 독자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거나 사업목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 주식의 취득자금이 모두 이 회장의 개인자금이고, 그 취득과 보유 및 처분 모두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이 회장의 의사에 의해 결정됐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 측은 또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과 이 회장과는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나 의사의 합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이 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 사건 페이퍼컴퍼니가 이 사건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그 취득과 처분 모두 이 회장의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주식의 실소유자인 이 회장과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 또는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회장이 이 사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에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에 조세회피 목적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결국 "이 회장이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서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에 대해서도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부당무신고 가산세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이 회장이 명의신탁 사실을 적극 은폐해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무신고 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부당무신고 가산세 부분에 대해서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