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앞다투어 개헌을 추진하자면서도 속도는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국민 기본권과 지방 분권 강화라는 개헌 내용에는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공전을 거듭하는 이유는 오는 6월 지방선거 등 당의 생존과 직결되는 여러 정치 셈법이 맞물리면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전문에 5·18 등 한국 민주주의의 도약을 이뤄낸 역사적 사건을 담고 국민 기본권도 다변화하는 사회 변화에 맞춰 대폭 확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국민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6일 YTN 라디오에 나와 "국회가 시대정신에 걸맞은 헌법을 손보질 못했다"면서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한국당이 앞장서서 팔을 걷어붙이고 국민개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은 개헌 시기를 놓고 찬반은 뚜렷하다. 민주당이 세금 1200억원을 더 써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반면, 한국당은 올 연말까지 개헌을 논의해야한다며 장외 투쟁을 벌이는 등 맞서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도 "지선 때 국민들은 적게는 8표에서 많게는 9표의 투표를 한다. 과연 이 표의 주권행사가 냉철한 이성과 판단 속에서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바꾸는 개헌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느냐"며 지선과 개헌의 동시 투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특히 한국당은 여야가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와 사법개혁 특위를 6월30일까지 운영키로 합의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사실상 개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주장, '국회 패싱' 프레임을 씌우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전날 첫 발을 뗀 국회 개헌·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과 한국당은 개헌 시기에 대해 평행선을 보였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를 향해 "3월 안에는 개헌안을 발의해 달라"고 촉구했지만,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개헌은 지선보다 150배는 중요한 일"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줘야한다"고 응수했다.
이처럼 여야가 지선과 개헌을 동시 투표로 치르는 것과 관련해 온도차를 보이는 배경에는 투표율이 지선 승패의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10여 년만의 치러지는 이번 지선이 지난 보수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은 투표율을 끌어 올려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TK(대구·경북) 지역 등을 상대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한국당은 이를 최대한 저지해 전통적인 지지 텃밭은 수성하겠다는 복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