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냐유럽 46명의 이야기 / 여행작가프로젝트 지음 / 318쪽 / 9400원 / 맑은바람 펴냄
북극에 머물던 호된 동장군이 찾아왔다. 잔뜩 불린 몸집이 겨울 속 발길마저 붙잡았다. 은근히 올라오는 열을 하나라도 놓치기 싫은 시기.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마저 얼어붙는 때 여행을, 유럽을 담은 기록이 세상에 등장했다. 7개국을 방문한 46명의 각기 다른 여행기. 그들의 열정이 여행작가프로젝트를 통해 '가봤냐유럽'(맑은바람)에 모였다.
전문 여행작가는 아니다.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어도 저마다 다른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기에 여행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모였다. 여행의 모든 과정은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그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타인에게 도전과 영감을 일으킨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스페인·포르투갈·아이슬란드 등 유럽 7개국을 품은 62가지 이야기가 그 영감을 간질인다.
설레는 유럽의 포문은 김두희 작가가 열었다. 20대 초반 떠난 영국 세븐시스터즈. 새하얀 절벽과 끝 모르게 뻗은 푸른 바다의 절경이 그녀를 아무 걱정 없는 꿈 많은 소녀로 만들었다. 같은 영국에서 새해를 맞은 이건엽 작가. 수많은 연인들 사이에서 홀로 카운트다운을 외친 그에게 런던은 추억과 사랑의 다짐을 함께 남겼다.
"미소와 함께 말을 걸어봐.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수룩한 영어와 몸짓, 메르시라는 감사표현 정도만으로도 충분해"라고 이찬 작가는 자신이 느낀 프랑스 파리를 노래했다. 김혜원 작가는 "관광지가 아닌 진짜 여행지였던 시칠리아의 도시들.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보석이 아닌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원석으로 남았으면 했던 곳들"이라며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살포시 저장했다.
스스로를 '스키도 못 타는 운동바보'라고 표현한 김민경 작가. 그녀는 알프스 마테호른을 품은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과감히 썰매를 빌렸다. 살짝 오만해진 마음은 사고를 불렀고 병원신세를 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데 나는 큰 문제없으니 여행은 계속할 수 있겠다면서 안심을 했다." 유럽 여행자의 마음은 강했다.
전 세계 클러버(Cluber)들을 유혹하는 스페인 이비자 섬에서 전민규 작가는 온 몸을 뒤덮은 거품과 함께 춤을 췄고, 김희건 작가는 포르투갈 포르투 두오루 강에 청춘 한 조각을 묻고 돌아왔다. 이경진 작가는 몸속에 아이슬란드 빙하를 담아뒀으며 김다해 작가는 이 곳에서 오로라를 통해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46명의 풋풋한 기록은 교과서적인 글쓰기와 거리가 멀다.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은 채 자유로이 개성어린 문체, 문장으로 남았다. 다만 기록들은 오롯이 한 곳으로 향한다. 유럽에서의 손짓, 여행을 부추기는 유혹.
"낭만적이진 않았지만 아름다웠고 어쩔 수 없이 로마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니, 우리 곧 다시 만나자." 권진희 작가는 그렇게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