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세계 금위원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가 금을 대체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가운데 세계 금위원회가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부인하고 나섰다.
세계 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 미국의 투자전문 매체 벨류워크 기고를 통해 일부 암호 화폐 전문가들의 '암호화폐의 금 대체주장'에 대해 제도화된 금융시스템의 일부로 편입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속성 차이로 인해 금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25일(현지시간) 주장했다.
금과 암호 화폐의 근본적인 차이는 휘발성, 유통시장 규모, 거래의 규제와 제도정착, 투자포트폴리오에 있어서의 이해도, 수요와 공급원의 차이 등으로 현재의 디지털화된 금융체제 속에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류 금융자산으로서 금의 역할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첫째, 금은 암호 화폐에 비해 휘발성이 낮다는 것이다. 금이 통화를 뒷받침 하는 역할로 사용되었을 때 금 가격은 대략 인플레이션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거래,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즉 1970년대 후반 급격한 금값의 상승이 있기는 했지만 40년간 가격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소위 암호 화폐는 지난 몇 년간 급격한 상승을 보였고 특히 지난해에만 평균 1300%나 급등했다. 이는 달러표시 금가격의 10배를 넘는 극도의 휘발성을 의미한다.
또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급격한 가격변동으로 한 달 혹은 하루에도 40%이상 하락했으며 비트코인은 비교적 시세안정기에도 금의 연간 변동성과 맞먹는 하루 5% 이상 움직이며 불안한 모습을 나타낸다.
◆…사진:세계금위원회
둘째, 일방적 시장인 암호 화폐에 비해 쌍방향 시장인 금의 유통성이 더 높다. 시장의 특성상 암호 화폐는 바이-앤-홀드(사서 보유) 투자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쏟아져 나오는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과 높은 거래비용(시간 포함)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암호 화폐 시장의 규모는 8000억 달러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유통되는 물량은 금이나 다른 법정통화에 비해 매우 낮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억 달러 정도로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s)와 거의 같지만 250억 달러에 달하는 전체 금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셋째, 금의 수요가 암호 화폐에 비해 매우 광범위 하다는 점이다. 금이 자산으로 이용된 역사는 7천년을 넘고 화폐로 사용된 역사도 매우 길다. 따라서 투자자도 각국의 중앙은행과 기관, 개인 등 매우 다양하다.
이와 함께 지난 20년간 연간 수요의 50%~60%를 차지하는 보석 산업을 배경으로 하는 것 또한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요의 상당부분이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의 문화적, 종교적 신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수요에 변화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금은 비트코인을 채굴하는데 필요한 컴퓨터의 칩에도 사용된다.
반대로 비트코인과 기타 암호 화폐는 처음부터 전자 지불 시스템 내에서 토큰으로 사용되도록 설계된 까닭에 사용범위가 제한적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고 심각한 가격변동 때문에 법정 화폐로 전환되고 있다.
넷째, 금은 시장에서 널리 통용되지만 상당한 규제가 있는 반면 암호 화폐는 규제와 광범위한 허용 등 각국의 제도가 매우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암호 화폐에 대해 일본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승인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개인 간 거래까지 제한하는 등 매우 혼란스런 상황에 처해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최근 비트코인이나 암호 화폐가 자본 유출, 투자자 보호, 또는 시세조작에 대한 우려로 갑자기 규제가 내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이 본격적인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영국 또한 자국 통화를 암호 화폐 교환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이는 현금 화폐가 아닌 암호 화폐로 거래를 선택할 경우 중앙은행 핵심인 통화정책 효율성과 경제정책 조절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거래의 주체라 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도 많은 부담이 된다. 현재 1400여개에 이르는 모든 암호 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할 경우 아마존이나, 타겟, 월마트 등의 경우 거래가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자산(미국은 암호 화폐를 자산으로 인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결제를 허용한 업체들은 가격변동에 따른 암호 화폐의 평가(매매)손익으로 처리해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많은 유통업체들이 비트코인 결제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왜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가 거래수단보다는 투기적 수단으로 유통되거나 보유될 수밖에 없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마지막으로 금은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지만 암호 화폐의 경우 컴퓨터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검증된 투자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지주장이다.
금은 오랫동안 다양한 시간의 틀 속에서 주식시장의 수익률과 경쟁하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으며 특히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확실한 투자수단으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판매할 수 있는 유동성, 경기침체기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정성 등은 다양한 포트폴리오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암호 화폐는 최근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기는 했지만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적인 모습을 보이며 금의 역할과는 상당히 괴리된 모습으로 아직 충분히 유용성이 검증되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위원회는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는 신설시장으로 유동성은 낮다”면서 “이 시점에서 가격 움직임은 많은 참여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투자보다는 단순이 높은 기대수익에 의해 좌우되는 투기에 가까운 행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