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을 비롯한 간부진들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나치게 과도한 비정기 세무조사의 비중을 줄이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인력도 축소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31일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에서 열린 '2018년도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통해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확정하고 중점 추진과제를 차질없이 이행할 것을 결의했다.
주요 추진과제는 ▲자발적 성실납세체계 확립 ▲국세정보 공개 범위 대폭 확대 ▲납세자 권익보호 강화 ▲일자리창출 등 현장 문제 지원 ▲깨끗한 공직문화 확립 등이다.
이 중에서도 기업들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것은 단연 '서울청 조사4국 축소'다.
사실상 비정기 세무조사 전담조직인 조사4국은 정치적 세무조사 논란에 휩싸이며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급기야 지난해는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조사4국을 폐지하라는 요구까지 나왔었다.
이에 국세청은 적폐청산을 하겠다며 과거 세무조사를 점검하는 국세행정개혁TF를 가동했고 세무조사 절차 개편과 투명성 확보 등에 대한 개혁안을 지난 29일 발표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세청이 서울청 조사4국 축소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서울청 조사4국 축소는 비정기 세무조사의 축소를 의미한다. 전체 세무조사 대비 비정기조사 비중은 지난 2015년 49%에서 2016년 45%, 2017년 42%(잠정)였으며 국세청은 올해 40% 수준으로 축소할 것이란 목표를 세웠다.
국세청은 서울청 조사4국 인력은 현재 약 200명 정도이며 어느 정도로 감축할 것인지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정기조사 인력은 향후 정기조사 인력으로 재배치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TF 권고안 대폭 수용…영향력 행사금지 법안 추진
지난 29일 국세행정개혁TF에서는 타 부처 고위공무원이 국세공무원에게 세무조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도록 제안했다.
국세청은 이를 적극 수용해 타 부처 고위공무원이 국세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국세기본법 개정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고위직이 국세공무원에게 세무조사와 관련된 지시를 했다면 5000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도록 되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가장 큰 문제였던 교차 세무조사 제도에 대해선 교차조사에 대한 사유나 절차, 사후관리 등을 훈령에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
부분조사 도입과 일시보관요건을 강화하고 사전통지기간 연장 등의 세법개정안이 지난해 말 통과된 것과 관련, 현장에서 철저히 이행되도록 관리와 점검을 강화키로 했다.
직원 성과평가 시 조사실적 비중을 축소하고 절차 준수여부, 과세품질 제고 노력도 등 정성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납세자가 조사착수, 기간연장, 처리결과 등 조사 진행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홈택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납세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후검증·기획점검에 대해선 성격에 따라 훈령에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수정신고 안내, 과세자료 처리, 현장확인 범위를 넘어서는 질문조사권 행사가 없도록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했다.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해 본청에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 납세자가 재심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납세자보호담당관은 세무조사 기간연장·범위확대 승인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납보위의 심의대상도 현재 위법·부당한 세무조사 등에서 공무원의 위법·부당행위, 일시보관의 기간연장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권리보호요청에 대한 위원회 심의시 납세자에게 의견진술권을 부여하고 조사팀의 기간연장·범위확대 신청시 의견청취 대상을 모든 납세자로 확대한다.
이밖에 불복진행 단계에서 청구인의 입증부족으로 권리구제 신청이 기각되지 않도록 직권 증거조사를 확대하고 적정한 진술시간 보장하는 한편 국선대리인 지원요건을 완화해 영세납세자의 불복청구를 적극 지원하고 불복 처리기간을 단축해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세무서 통합상담창구·장려금 사전신청제 도입
국세청은 납세자들이 세무서에서 민원과 상담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통합상담창구'를 시범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시범운영 결과, 납세자들의 만족도가 높으면 이를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세정지원 추진단도 운영해 자연재해, 경영환경 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의 세정지원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신속하게 지원하기로 했다. 세정지원 추진단은 재난이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인 세정지원을 위해 지원대상·방안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영세체납자의 신속한 재기지원을 위해 예금·보험금, 매출채권 등에 대한 압류유예·해제 등 최대한의 세정지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31일 이전 폐업한 영세사업자가 사업을 재기하거나 취업하는 경우 3000만원 한도로 체납액을 면제해주는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근로·자녀장려금과 관련해선 수급대상자에게 장려금을 차질 없이 지급하고 고령자·특수직 종사자 등 취약계층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정기신청 전 장려금 신청이 가능한 '사전예약 서비스'를 도입하고 간편한 ARS 서비스 제공 등 신청편의를 제고하기로 했다.
일자리창출 중소기업에 대해 세무조사 선정 제외·유예 등을 적극 실시하고 납기연장, 징수유예 등 세정지원도 강화하는 한편 '세무지원 소통주간'을 운영해 맞춤형 현장상담실, 세금교육 등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사업자가 일시적으로 자금압박을 받는 상황이 됐을 때 활용가능한 세금포인트 사용기준을 완화하고 모바일 현금영수증 발급서비스도 개발해 사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밖에 청년층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상환기준소득(현행 총급여 2013만원)을 인상하고 의무상환 유예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시민감사관' 도입…"납세자가 국세공무원 지켜본다"
국세공무원의 청렴도 제고를 위해 국세청이 '시민감사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청렴도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부패 취약요인 등을 평가·피드백하는 시민감사관에는 일반납세자, 시민단체, 교수 등을 위촉할 계획이다.
직무 관련자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사전에 신고하는 사적관계 신고제를 조사 분야에서 전 분야로 확대하고 공정한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퇴직자와의 사적접촉에 대한 신고제도도 신설한다.
세무사회 등과 MOU를 체결해 비위 방지를 위한 협업을 강화하고 명의대여 등 부조리 위험정보를 공유하는 방안ㅇ르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권한이 없음에도 조사·의견진술 대리 등 세무대리인의 직무를 관행적으로 수행하는 사무장 등 사무직원에 대한 관리와 검증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위 고위험군에 대한 정보 수집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세무대리인과 근무시간 외 사적접촉을 하는 일이 발생했을시 이에 대해 중점 관리하고, 소극행정, 직무태만 등 불성실 직무행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악성민원이나 업무와 관련된 고소·고발 등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상담, 소송지원 등 적극 대응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내부 변호사를 활용해 '직원보호 법률지원단'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성과평가 체계도 개선해 복잡하고 세분화된 평가지표를 핵심지표 위주로 단순화하고 정성평가 비중을 높여 창의적·생산적인 업무를 하도록 하는 한편 분야별·관서별 업무량을 분석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성과우수자에 대한 예산상 인센티브를 확대키로 했다.
이밖에 순환보직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 한 분야에 장기간 근무하는 '분야별 전문보직제'를 확대해 시행하고 조직내부의 부족한 전문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송무, 빅데이터, 통계 등 분야의 외부전문가 채용을 확대키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