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최근 검찰 내부의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세청이 성희롱 전문상담사를 채용하는 방안을 내놓아 국세청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31일 '2018년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통해 직원보호 강화 차원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나 가정폭력 전문상담사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직 구체적으로 몇 명을 채용할 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아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기는 이를 수 있지만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갑자기 국세청에서 성희롱이나 가정폭력 등에 대해 외부 전문상담사를 직원 형태로 채용하겠다고 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현재 국세청 내부에서 성희롱을 비롯한 각종 성범죄가 일어나면 소속 관서(지방국세청, 세무서) 운영지원과로 피해사실을 접수하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세무서에 근무하고 있는 A라는 여직원이 상사로부터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면 해당 세무서 운영지원과장에게 이를 알리도록 되어 있는데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내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의 범죄는 대부분 상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에게 자행하는데, 피해를 입은 여직원 입장에서 같은 세무서에서 일하는 상사인 나이 지긋한 40~50대 남성인 운영지원과장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놓기가 쉽겠냐는 것이다.
국세청 내부에서 이에 대한 일부 직원들의 지적이 있었고 고민하던 국세청은 최근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아예 자격을 가진 전문상담사를 채용해 여직원들이 쉽게 상담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분위기다.
외부 전문상담사를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각 관서마다 상담사가 상주하지 않는 이상 직원들의 상담 접근성이 확보되겠냐는 것이다. 이에 더해 상담사가 특별한 권한도 없이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준에서 상담이 이루어진다면 문제 해결에 대한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여직원은 "상담사를 어디에 배치할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본청에 한 명만 배치하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실제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일어나더라도 전문상담사한테 가서 상담할지도 의문이다. 상담사가 단순히 상담만 해준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권한이 있어야 무엇을 해결해줄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여직원은 "국세청이란 조직이 2만명이나 되지만 생각보다 사내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의 범죄가 일어나는 빈도가 높지 않다"며 "공무원 신분인데다 요새 젊은 직원들이 그런 것에 예민한 것을 잘알기 때문에 상사들이 더욱 조심한다"고 설명했다.
한 관리직 직원은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운영지원과에 보고해야하는 것이 문제다. 그런 일이 생겼다면 어느 누가 용감하게 내부 상사에게 얘기했겠느냐"며 "외부채널을 만들어 상담하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권한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납세자보호관처럼 권한을 부여해 상담사가 해결책을 제시하면 국세청이 그에 따르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직원은 "요새 하도 성범죄가 이슈가 되니까 '보여주기식'으로 채용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차라리 권역별로 상담할 수 있는 외부기관을 정해놓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쪽으로 안내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성희롱 전문상담사 채용을 두고 직원들의 이런저런 우려가 쏟아지고 있지만 국세청에서는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국세청에서 채용한 전문상담사는 성희롱 등의 성범죄 상담 뿐 아니라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악성민원인으로 인한 문제나 갑질 등의 문제도 같이 상담을 하도록 운영하기 때문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희롱 등의 성범죄의 경우 국세청 내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악성민원인으로 인한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날로 커져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세청에서는 외부 전문상담사 채용과 관련해 관련부처와 협의한 뒤 시범운영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으로 전문상담사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