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한영, 조사위원회 설치해 조기 진상조사 규명 나서
회계업계에 만연한 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미투 운동이 각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회계법인에서도 한 여성 회계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 '#withyou #me too 한영도 예외는 아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EY한영 임원 A씨가 스텝 직급 회계사 B씨에게 밥을 함께 먹자고 수시로 불러내 거절 못해 나가면 술을 먹이고, 노래방을 데려가 밀쳐내도 계속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피해자 B씨는 “가해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무렇지 않게 성추행했겠지만 피해자인 나는 계속 가슴앓이 하면서 살고 그 일을 잊을 수 없다”며 “업계가 좁아서 불이익을 당할까 참아왔는데 회사 핫라인은 문제를 무마시키는데 그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Y한영은 내부적으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해당 피해자와 가해자,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등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EY한영 관계자는 “법인 전체의 문제로 파악하는 등 일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2차 피해가 없도록 전 직원에게 전체 메일을 돌렸다”고 말했다.
전체 메일에는 법인차원에서 신고도 받고 조사도 할테니 2차 피해 없도록 전 직원이 조심해달라.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Y한영은 또 사내 핫라인신고센터 남성 직원 2명을 이 일이 터지자 모두 여성으로 교체했다.
EY한영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는데 남성 직원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핫라인 직원을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업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우려하고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음 '공인회계사들의 모임' 카페에서 올해 회계법인에 입사 예정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번일로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에 불이익이 생길까 두렵고, 두려워하는 것도 바보같고 감정이 복잡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회계법인 내 성추행 문제가 EY한영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신체접촉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회계법인 내 성희롱 사례들을 들은바 있다”고 말했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도 “미투로 공개된 것이 처음이지 회계업계 전반에 만연한 문제일 수도 있다”며 “회계법인의 경우 같이 일을 오래 해야 하고 한 다리 건너서 다 아는 사람들이다 보니 성추행이 일어날 개연성이 일반 기업보다 훨씬 높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