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뇌물·횡령·조세포탈 등 18개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오는 22일로 예정되면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2일 오전 10시30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2일 저녁 또는 23일 새벽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형사소송법 70조에는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경우 또는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로 구속의 사유를 정하고 있다.
또 형소법에 의하면 법원이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이 혐의에 대해 대부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증거 인멸'의 우려가 커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검찰이 포착한 뇌물수수 혐의액만 110억여 원, 횡령 금액은 350억 원에 이르고 이 전 대통령은 특가법상 뇌물수수·조세포탈·특경법상 횡령·직권남용 권리행사,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8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다스와 도곡동 땅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며 다스 경영에도 개입한 적이 없다면서 혐의 사실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가 될 경우 참고인 등에 대한 진술이 강요로 인해 변경될 소지가 크다는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A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자들을 회유할 가능성이 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도 증거인멸에 대한 부분으로 방향을 정해 영장을 신청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전직 대통령의 신분이기 때문에 '도망의 우려'에 대한 사유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A변호사는 "전직 국가 원수이기 때문에 '도망의 우려'는 심사 과정에서 배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 또는 횡령 관련 액수가 엄청나게 높다"면서 "관련자들이 구속됐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사안의 중대성이 충족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A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은 구속된 관련자들이 받는 혐의 중 중심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법원이 이 부분도 고려해서 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 중 110억원대 불법자금 수수 부분을 주요하게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4억원),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1억원), 박재완 전 정무수석(2억원) 등이 받은 17억5000만원 상당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배후로 지목됐다. 이 전 대통령이 특수활동비를 상납할 것을 지시, 관여했다는 것이 검찰 측 입장이다.
다스가 BBK에 투자한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60억원에 이르는 소송비를 삼성전자가 대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삼성 소송비도 특가법상 뇌물로 봤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사청탁 대가 등 33억5000만원의 불법자금 수수도 이 전 대통령의 주요 뇌물 혐의다.
또한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및 경영비리 혐의와 관련해 의심받는 다스 비자금도 약 350억원으로 파악했다.
다스 협력업체인 금강의 이영배 대표의 9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및 다스 경리직원의 120억원대 횡령, 'MB 금고지기'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60억원대 횡령 등의 배후에 이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반면 부장판사 출신 B변호사는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자체만으로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구체적인 증거인멸 시도 및 정황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법원에서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형사법은 불구속수사가 원칙이고 특히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단순히 범죄사실만 고려해 영장을 발부하기에는 부담스럽지 않겠냐"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전직 국가 원수 신분을 고려했을 때 어려운 결정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공범과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종범들이 받고 있는 혐의와 관여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부분도 있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 전 대통령은 비서실을 통해 "검찰에서 본인의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제출된 자료 및 간접 소명자료 등으로 영장발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