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 맡아 지배구조 논란
한국회계학회에 대한 기부금은 사외이사 선임후 5배로 크게 늘어
한국투자증권이 사외이사가 속한 대학교나 기관에 거액의 돈을 기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이사회 의결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나 사외이사의 거수기 역할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8일 한국투자금융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외이사가 속한 대학교에 총 2억305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한국투자금융 사외이사는 한국투자증권 사외이사직을 겸직한다. 한국투자금융 사외이사는 새로 임명된 정영록 이사를 비롯해 이상철, 호바트 리 엡스타인, 김재환 등 4인이다. 2012년부터 한국투자금융의 사외이사를 맡아왔던 배종석 이사는 이달 말로 임기가 종료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배종석, 김재환 사외이사가 교수로 있는 고려대학교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1500만원, 총 1억 9500만원을 기부했다.
이상철 사외이사가 이사로 있는 한국회계학회에는 총 12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이 이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에는 200만원에 그쳤지만 이사로 선임된 이후엔 1000만원으로 기부액수를 5배 늘리기도 했다.
호바트 리 엡스타인 이사가 교수로 있는 연세대학교에는 2013년 2000만원, 지난해엔 35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2012~2013년 사외이사가 속한 기관의 기부액이 회사 전체 기부액의 10%에 근접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사외이사가 속한 기관에 기부를 하는 것은 흔지 않은 일이다.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사외이사가 관련된 기관에 기부를 전혀 집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사외이사 때문에 기부를 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지만 사외이사 입장에선 자신이 속한 조직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간접지원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받는 사외이사들이 과연 기업의 주요 이사회 안건에 대해 제대로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
한국투자증권의 사외이사 4인은 이사회 주요 안건에 대해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1월 5일부터 9월 21일까지 열린 27번의 이사회에서 이들은 상정된 안건 모두에 단 한 번도 반대를 하지 않았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의 사외이사는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의 사외이사도 겸직하고 있어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사외이사들이 고액의 연봉을 보장 받는 자리 보전을 위해서라도 지주사의 지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은 사외이사가 아닌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어려운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특히 한국투자금융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김 부회장이 포함돼 있어 오너가로 모든 권력이 쏠려있는 구조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CEO 셀프연임 차단,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한 만큼 한국투자금융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대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