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국세청이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과세정보'를 두고 국회, 학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잦은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과세정보의 공개 폭이 매우 좁다 보니 조세행정의 적절성을 평가하는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에 개인정보 침해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과세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과세정보 제공 제도의 현황과 향후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세청의 과세정보 제공에 대한 입장은 국회, 학계 등의 요구 수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사실 '개인납세정보에 대한 비밀이냐, 공익목적을 위해 과세정보를 공개하느냐'는 것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현재 국세청은 과세정보가 담긴 통계자료에 대해 일반 국민에겐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분석하고자 할 때 제공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조세정책의 연구 목적으로 통계자료를 요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과세정보가 제공되는 예외 사유는 2009년 6개에서 2014년 8개, 2018년 9개로 매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과세정보 제공 사유로 '국정조사위원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가 국세기본법에 새겨졌다. 국세통계의 종류도 2015년 396개에서 2016년 418개, 2017년 440개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과세정보의 제공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보고서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 상 관련 조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세기본법으로 과세정보제공 사유를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등의 법률 개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국회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과세자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주요국에선 과세정보를 어떻게 제공하고 있을까.
미국은 과세정보에 예외사유를 폭 넓게 허용하고 있다. 제3자에 대한 공개, 중대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대한 공개, 의회 위원회에 대한 공개 등 총 13가지다. 의회 위원회에서 과세정보를 요구할 땐, 위원회의 회의를 비공개로 하고 과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에서는 매년 납세자들의 소득 규모, 자산규모 등에 대한 책자를 발간해 일반에 공개하며, 핀란드 세무당국은 전국의 은행계좌나 국민들의 해외재산 내역 등 과세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회의 의정활동 및 연구목적의 요구에 대해서는 최대한 상세 수준의 과세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면서 "또, 현재 국세통계는 소득세 및 법인세 등에 대한 10분위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나, 보다 정확한 연구, 시장 감시활동을 위해 100분위 자료로 제공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적시성 있는 과세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현재 국세청에서 발행하는 국세통계연보는 매년 12월말에 전 과세연도의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있어, 공개시점에 약 1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보고서는 "보다 적시성 있는 과세정보 활용을 위해 통계연보의 발간 시점을 앞당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조기 생산 통계에 대한 부분 제공 또한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나 정보의 목적 외 사용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과세정보 제공 시 정보 제공 기관, 제공 목적, 제공 자료의 종류 등 과세정보의 이동 흐름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과세정보를 제공받는 기관 등에 대해서도 과세정보의 유출방지, 비밀보호를 위한 보안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