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등 4개부처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입법 다음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20일 밤 전체회의를 열고 이 날 오후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 끝에 표결처리돼 회부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한나라당 의원들의 막판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립표결을 강행해 통과시켰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 등에 차관 1명을 추가로 둘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현재 1급 기구인 통계청과 기상청을 차관급 기구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을 놓고 그동안 국회에서 논란이 많았다. 특히 도입 대상 부처별로 인사의 탄력성을 부여하고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막중한 이들 부처에 차관자리를 늘려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논리에 맞서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한나라당간 논란이 격심했다.
개정안이 전체회의를 '기습' 통과해 법제사법 위원회로 넘어감에 따라 복수차관제 도입에 9부능선을 넘은 셈이 됐다. 통상적으로 자구수정만을 거치는 법사위를 무사 통과할 경우 국회 본회의 표결 처리만을 눈 앞에 두게 됐다.
그러나 복수차관제 도입 불가를 당론으로 세운 한나라당의 막판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아직까지 도입이 확정됐다고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복수차관제 도입 여부를 놓고 해당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취임 이후 부분적 인사만을 단행하고 또 김광림 前 차관의 퇴임 이후에도 빈자리만을 채우는 등 복수차관제를 염두에 두고 인사폭을 최대한 줄여왔었던 재경부는 제도 도입이 확정될 경우 인사폭을 크게 조정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
현재 재경부는 복수차관제가 도입될 경우 후속 1급 인사는 물론 그동안 미뤄왔던 국장급 인사도 대대적으로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차관 도입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최경수 조달청장(행시 14회)이다. 최 청장은 국세심판원장, 세제실장 등을 지낸 세제전문가로 상대적으로 세제분야가 약한(?) 부총리와 차관 등 현 재경부 수뇌부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다.
최 청장을 비롯해 현 재경부 1급 인사인 진동수 국제업무정책관, 윤대희 기획관리실장(각 행시 17회)도 복수차관직을 노려볼만 하다. 다만 이들은 박병원 재경부 차관과 행시 동기라는 점이 상대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