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으로 취득한 세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들에 대해 세무대리 업무를 원천 봉쇄시킨 현행 세무사법 등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서울고법이 세무사법 제6조, 제20조가 헌법상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지 판단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란 단순히 위헌결정을 내리면 해당 법 조항이 곧바로 효력을 잃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법 조항 효력을 일정 기간까지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위헌결정 방식이다.
그간 세무사법 제3조 제1호에서는 '변호사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이를 삭제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앞서 세무당국은 지난 2003년 법 개정 뒤 변호사의 세무대리 등록을 제한해 왔다. 2004년부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세무사 자격은 있지만 세무사로 등록하지 못해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미 제한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헌재는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적용에 있어서는 일반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처리하는 법률 적문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해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기에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세무사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회복된 직업선택 자유를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서 세무사 자격 부여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격제도를 규율하고 있는 법 전체의 체계상으로도 모순된다"며 지적했다.
다시 말해, 세무사 자격에 기인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다만 "단순 위헌 결정을 하게 되면 일반 세무사의 세무사등록에 관한 근거규정이 사라지고,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마저 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한다"며 2019년 12월31일까지 법 조항 효력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헌재가 명시한 날까지 세무사법을 개정해 위헌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
한편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한 A씨는 세무대리를 하던 중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 신청을 했다가 반려당한 후 반려 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항소심 계속 중에 관련 법률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A씨는 세무사법 조항에 따라 변호사들이 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어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2심 법원인 서울고법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심판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