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법은 1961. 9. 9. 제정될 당시부터 변호사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을 부여하고,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하면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그 후 세무사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었으나, 조문의 위치나 표현만 변경되었을 뿐 그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2003. 12. 31. 개정된 세무사법 제6조 제1항 및 제20조 제1항은 세무사의 자격을 가진 자 중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만이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하여 세무대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즉, 위 개정법 시행일인 2003. 12. 31. 당시 변호사, 사법연수생 및 사법시험에 합격한 자는 종전과 같이 아무런 제한 없이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할 수 있고, 그 이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후 세무사법이 2017. 12. 26. 개정되면서, 변호사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규정이 삭제됨에 따라, 2018. 1. 1 이후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하는 자는 세무사의 자격을 아예 부여받지 못하게 되었다.
요컨대, 2003. 12. 31. 이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로서 세무대리'가 가능하고, 2003. 12. 31.부터 2017. 12. 31.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의 자격은 있으나 '세무사로서 세무대리'가 일체 불가능하며, 2018. 1. 1. 이후 변호사는 세무사의 자격이 없고,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2003. 12. 31.부터 2017. 12. 31.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소위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해서까지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게 하는 법률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여부이다.
헌법재판소는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사로서 세무대리 업무를 일체 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률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하였고, 3가지 근거를 제시하였다.
첫째,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적용에 있어서는 일반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처리하는 법률 전문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둘째,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는 법률에 의해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세무사 자격 부여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격제도를 규율하고 있는 법 체계상으로도 모순된다.
또한, 소비자에게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중 가장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무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 보다 부합하므로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한다.
셋째,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경미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관련 세무사법 규정이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였고, 따라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일반 세무사의 세무사등록에 관한 근거규정이 사라지는 법적 공백사태가 발생하므로, 2019. 12. 31.까지 법 조항 효력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입법자는 늦어도 2019. 12. 31.까지 헌법재판소가 결정의 취지에 맞추어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2003. 12. 31. 세무사법 개정 이후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어느 범위까지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는지 계속 논란이 있었고, 실무적으로도 다수의 분쟁이 발생하였다.
예를 들어, 법무법인의 경우 세무조정반 지정이 거부되어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는데, 대법원은 근거 규정인 법인세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을 무효라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은 "세무사법에 따른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만을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주체로 규정하여, 여전히 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018. 4. 26. 대상결정과 같은 논리에서 위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 조항도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2016헌마116 결정).
이로써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를 둘러싼 세무대리 가부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 되었고, 세무조정업무를 포함하여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제한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당분간 기존 법률이 유효하므로,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는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당분간 세무사로서 세무대리업무를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야기되지 않고, 납세자가 자유롭게 세무대리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한 개선입법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5헌가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