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세관 '검은 커넥션'(?) =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물품이 밀반입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세관의 봐주기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대한항공과 세관이 유착했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나비효과가 되어 밀수 의혹 및 관세청의 '봐주기' 논란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관세청의 여행자 통관감시 시스템에 대한 관세청 안팎의 눈초리가 시간이 갈 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폭로를 기화로 대한항공·관세청 유착의혹이 불거지면서 관세청의 핵심이자 존재 이유 중 하나인 통관감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관 직원이 관세청 고위직들의 해외출장과 관련해 대한항공측에 비행기 좌석편의를 부탁하는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대한항공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관세청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도 커져만 가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관세청과 대한항공은 정말 서로의 어두운 부분을 눈감아 주던 '공생관계' 였을까?
유착 시나리오1. 대한항공-세관, '검은 거래' 했나?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오랫동안 고가의 가구와 명품, 웨딩드레스, 식재료, 아동의류 등 갖가지 물품을 밀반입했다는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관세청의 봐주기'가 전제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고가의 물품이나 부피가 큰 가구 등의 물품을 들여오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관세청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심은 '합리성'이 충분하다.
만약 세관에 근무하고 있는 관세청 직원들 중 일부 또는 상당수가 대한항공 측의 밀반입 행태를 오랫동안 보고도 모른척 했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받았어야 하지만 이 부분에서 관세청 직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을 자세히 뜯어보면 세관 직원들에게 어떠한 금전 등 보상을 했다는 제보는 없는 상태다. 유착 의혹 사례로 제시된 비행기 좌석 편의 부탁 이메일도 내부감찰결과 여직원의 단독 일탈행위로 결론이 났다.
관세청 자체 감찰결과라는 측면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지만 항공사에서 좌석 편의를 봐주는 사례는 비단 관세청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이 통상 '의전' 목적으로 관공서, 기업 등으로부터 유사한 요청을 받아 처리해 왔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역시 총수 일가의 밀반입을 눈 감아주는 대가였다고 하기에는 다소 명분이 부실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측이 관세청의 협조를 받아 총수 일가의 물품을 밀반입했다기 보다는 제도와 통관감시 시스템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밀반입을 해왔을 것이라는 가설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착 시나리오2. 대한항공은 어떤 허점을 이용했을까?
대한한공측이 세관의 눈을 피해 몰래 총수 일가의 물품을 들여왔다면 어떤 허점을 이용했을까?
현재 가장 유력한 주장은 밀반입 통로로 거론되는 것은 상주직원 통로를 활용했거나 비행기 용품으로 허위신고해 들여오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상주직원 통로의 경우는 인천공항공사가 고용한 보안검색요원이 검사 등을 진행할 뿐, 세관은 직접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측이 상주직원 통로를 이용해 물건을 밀반입했다면 보안검색요원이 로비 대상이지 세관 직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행기 용품으로 위장해 밀반입했을 경우에도 세관 직원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비행기 수리용품은 감면요건에 해당되면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80% 면제되기 때문에 감면요건에 맞는지 서류로만 심사를 한다.
여기서 명백한 '허점'이 존재한다.
원칙적으로는 서류와 실제 물건이 맞는지 일일이 대조해 검사해야 하지만 늘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세관은 마약이나 위조상품, 안전위해물품 등을 검사하는데 인력을 소비하고 비교적 신분이 확실한 항공사의 비행기 수리용품까지 검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세관 직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어차피 세관 직원이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대한항공 측이 세관 직원에게 찾아가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을 자초(?)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할 때 통관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관세청의 유착은 여러 모로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에 속한다는 지적이다.
유착 시나리오3. 관세청,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 통보받고 뭐했나?
대한항공과 관세청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할 만한 대목은 따로 있다.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관련된 부분이다.
현재 관세청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이들이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물품 등을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실 관세청 안팎으로 가장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 여기다.
관세청은 그동안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분기별 5000달러 이상 사용한 여행자들 명단을 통보받아 왔다.
이달부터는 통보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600달러가 넘는 금액을 해외에서 신용카드 결제하거나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 실시간으로 통보받고 있다.
'실시간 통보'는 이달부터 시행했기 때문에 그동안 조 회장 일가가 사용한 해외 신용카드 내역은 그동안 분기별로 통보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관세청은 왜 그동안 가만있었던 것일까?
인천세관 관계자는 "분기별 카드 사용내역은 세관에서 업무조사나 체납 등 필요 시 분석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며 "공항에서 면세한도를 초과하는 물품을 들여오는 것을 잡지 못해도 제보가 들어오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비슷한 물품이 있는지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해외에서 1억원을 사용했다고 해서 그것을 범죄로 보기 힘들다. 현지에서 선물용으로 활용하는 등 국내로 들여오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카드 사용내역과 물품을 대조하려면 압수수색을 해야하는데 그 때 사후 제보가 있으면 분기별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즉 자료를 통보받았더라도 큰 혐의가 없는 한 건드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원칙적으로 세금탈루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지만, 그동안 통보주기 등의 문제로 별반 '효험'이 없었던데다 혐의가 발견됐더라도 고의적으로 깔아 뭉겠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세청 조사 결과 조양호 회장의 경우 수 십번의 해외를 오고가는 과정에서 개인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0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오너가 해외에 가서 개인 신용카드를 펑펑 쓰고 다녔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설득력이 떨어지는 가설이었는데도 불구, 이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관세청이 압수수색을 하고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대조하는 등 요란을 떤 것은 '넌센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관세청이 통보받는 내역 중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여행자들이 입국할 때는 활용하지 않고 사후관리 목적으로만 활용한다는 점도 제도의 '허점'이다. 여행자가 입국하고나면 법인카드로 구매한 물품을 소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사실상 압수수색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관세청이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국내로 반입한 여행자 휴대품을 대조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금을 들고 나가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 수준(1만달러 이상 반출시 세관 신고)에서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아, 이마저도 관세청의 권한으로는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대목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외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여행자 입국 시 활용하지 않지만 내역은 보고받기 때문에 사후에는 활용이 가능하다"며 "다만 조 회장 일가가 현금을 1만달러 이상 들고나가면서 신고를 안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해외에서 돈을 인출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만약 그랬다면 이는 관세청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