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남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이 회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사진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진: 더팩트>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회사가 매입한 토지를 명의신탁한 뒤 재차 회사에 대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양도받은 행위는 '새로운 취득'으로 과세대상에 해당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 회장이 남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등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이 회장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이로써 1심 판결을 뒤집고 이 회장의 청구를 기각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수반해 이 회장(명의수탁자)이 취득세를 납부했다"면서도 "그러나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별개의 원인으로 부영이 매입한 토지를 (이 회장이)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이 회장의 취득세 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부영은 2003년 11월 A씨로부터 남양주시의 토지 약 293평(970,938㎡)을 매수했지만 회사 명의로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것이 어렵게 되자 이 회장에게 토지 일부에 대한 명의를 빌려줬다. 토지매입 이후 부영은 2004년 2월까지 A씨에게 125억원의 대금을 지급했다.
이에 이 회장은 자신의 명의로 19억6000만원을 매매대금으로 하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2004년 1월 8일 본인 앞으로 회사가 매입한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했다. 당시 이 회장은 19억6000만원을 과세표준으로 취득세(1차 납부)를 납부했다.
한편 부영이 토지를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자 부영은 2009년 3월 2일 19억6000만원을 과세표준으로 취득세를 추가로 납부했다.
이후 이 회장은 명의신탁으로 인한 이행강제금 부과를 막기 위해 2010년 7월 15일 회사에 25억여 원을 지급하고 회사로부터 토지에 관한 모든 권리를 양도받았다. 이 회장은 회사에 지급한 25억원에서 1차 납부한 과세표준액을 뺀 나머지 금액인 5억3000만 원을 과세표준으로 1175여만 원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했다.
그러나 남양주시는 부영이 납부한 19억6000만원에 대한 세금을 이 회장이 신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2011년 4월 이 회장에게 취득세 4900여만 원, 농어촌특별세 490여만 원 등 총 5400여만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 회장 측은 "2004년경 이 회장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후 토지의 명의가 변경된 적이 없다"며 "부영이 매입한 토지를 이 회장이 새롭게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과세는 명백한 이중과세"라고 반발했다.
이 회장은 또 "회사(부영)는 토지에 대한 아무런 소유권이나 처분권한이 없는 명의신탁자에 불과해 이 회장이 승계취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남양주시의 과세는 과대한 조세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2004년 1월 8일 명의신탁을 통해 토지의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으므로 이 시기에 이미 이 회장이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토지의 실질적인 소유권을 마저 확보하기 위해 회사에 별도로 매매대금을 줬다 하더라도 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2항을 재차 적용해 새로운 '부동산의 취득'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이와 같은 사유로 취득세를 중복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남양주시에서 이 회장이 토지를 새롭게 취득한 것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며 1심의 판결을 뒤집고 이 회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로부터 매입한 토지에 대한 부영과 이 회상 사이의 명의신탁을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봤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은 매도인과 신탁자가 신탁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소유권이전등기는 수탁자 명의로 하는 것을 말한다.
2심 재판부는 "부영이 A씨로부터 남양주시 토지를 매입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 회장 앞으로 했다"면서 "소유권이전의 형식에 의해 이 회장이 토지를 취득한 것으로 볼 경우 이 회장은 이러한 취득행위에 대해 부영과 별도로 취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이 회장이 회사(부영)에 25억여 원의 대가를 지급하고 토지를 취득한 것은 '부동산의 취득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이 회장이 A씨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함으로써 토지를 취득한 행위와는 전혀 별개의 행위"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부영에) 대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양도받은 뒤 부과된 취득세는 1차 납부와 과세행위를 전혀 달리하는 것으로 이 사건 처분이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거나 이 회장에게 불합리하게 과대한 조세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이 회장의 토지 취득행위는 2010년 이뤄진 부영과의 매매계약에 따른 것으로서, 부영을 납세의무자로 본 2003년의 매매계약에 기초한 취득행위와 구별된다"며 최종적으로 남양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이 회장은 430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 회장은 부영 계열사 등과 함께 분양 전환가를 부풀려 임대아파트를 분양하고 부당수익을 챙긴 혐의 등 12개에 이르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첫 재판은 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이순형)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참고판례 : 2013두30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