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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세법에서 쫓아내야 할 용어, '접대비'

조세일보 | 이현재, 염정우 기자 2018.06.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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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세법상 용어인 '접대비(接待費)'를 '대외업무활동비'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접대'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접대문화를 연상시켜,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접대비 용어를 변경하는 것과 더불어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접대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문제야 세수와 연관되어 있어 나름 수긍이 갈 수도 있지만,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접대비라는 용어를 고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그야말로 '설명불가'다. 

10년 전 즈음 접대비 용어를 '교류활동비' 등으로 고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가 됐다. 결과는 실패. 당시 정부는 "용어 변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접대 문화가 바뀌는 것이 핵심"이라는 궤변을 늘어 놓았었다.

정부가 접대비 용어 변경에 소극적 태도(사실상 반대)를 보이는 이유는 접대비 제도를 일종의 '규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가 지난 2004년 도입되어 부작용만 잔뜩 일으키다 2009년 폐지된 '접대비 실명제'다.

왜 '접대비'라는 용어를 버리지 못하나

세법에서 말하는 접대비는 기업 등이 업무와 관련해 특정인에게 무상으로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기업 경영을 하다보면 영업과 관련해 상대방에게 식사 등을 제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를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접대비라는 용어는 유흥·오락 등 부정적인 접대문화를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비수평적 관계에서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하는 부당한 비용처럼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은 접대비 실명제라는, 황당한 제도 탄생의 단초가 되기도 했고 경제단체들의 접대비 한도 인상 움직임도 매번 좌절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경제단체들은 꾸준히 접대비 한도를 인상하기 위해 정부에 건의안을 제출하고 있지만, 1998년 이후 소비자물가가 53.8% 상승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비용인정 한도가 조정되지 않았다.

접대비란 용어가 주는 이미지가 일반 대중들에게 워낙 부정적이다 보니, 정치권과 정부는 이를 '무기' 삼아 한도 상향을 가로막아 왔다. 결국 부정적 인식으로 포장되어 있는 접대비라는 용어를 바꾸는 것이 한도 인상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인 절반 이상, "접대비 용어 변경 필요"

올해 초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법상 접대비 용어에 대한 중소기업인 의견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0.7%(152곳)가 변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접대비라는 용어 이미지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기업도 35.7%로 긍정적이라는 응답(14%)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변경이 필요한 이유로는 접대비 용어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47.4%)이 가장 많았다.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불건전한 인식 해소(32.9%), 실제 지출내용과 용어의 의미가 상이(19.7%)가 뒤를 이었다.

아울러 접대비를 어떤 단어로 바꿔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외업무활동비(50.7%), 대외협력비(23%), 교류활동비(22.4%), 거래개선비(3.9%) 등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현행법상 접대비 제도 운영상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는 다수의 기업이 접대비 한도 상향과 더불어 적격증빙 수취 기준금액(현행 1만원) 상향을 꼽았다.

접대비의 포괄적 정의로 인해 다양한 비용이 접대비로 산입되어 한도 규정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보다 세분화된 접대비 분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접대비는 김영란법의 시행과 더불어 이미 엄격한 증빙수취요건과 손비인정 한도 규정을 적용받고 있는 만큼, 실제지출의 성격과 상이한 접대비라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법상 접대비 명칭 개정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접대비 명칭 개선에 대해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년 요지부동' 접대비 한도…기업 경영 위축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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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정부에 제출한 접대비 한도 상향 건의안.

접대비의 인식 개선은 결국 접대비의 손금 인정 한도액을 높이는 문제로 귀결된다. 해마다 물가는 오르는데, 접대비 한도는 지난 20년 동안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현행 접대비 한도는 기본적으로 1년 1200만원(중소기업의 경우 2400만원)까지이며, 수입금액에 비례해 일부금액을 추가로 인정해 주고 있다. 기업들은 접대비 손금 인정 한도가 지나치게 낮아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된다고 주장한다.

영업활동에 필요한 접대비 지출액 한도가 낮아 초과액에 대해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법인세가 증가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보다 먹고 살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접대비 한도 상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접대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접대를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기업의 수익 창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접대비의 집행은 정상적인 판매행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접대비 한도를 늘려 내수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의 접대비 한도 상향 요구는 해마다 있어온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접대비 한도액을 상향조정해 달라는 내용의 세제개편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의안에는 1년 1200만원인 한도액을 2000만원(중소기업은 3000만원)까지 늘려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수입금액에 따른 추가 한도 적용률도 ▲100억원 이하 기업의 경우 1만분의 20에서 1만원의 50으로, ▲100억~500억원 기업의 경우 '2000만원+10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만분의 10'에서 5000만원+10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만분의 30'으로, ▲500억원 초과 기업의 경우 '6000만원+50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만분의 3'에서 1억7000만원+50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만원의 10'으로 각각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밖에도 한국경제연구원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액에 대한 한도 인정 비율을 20%로 상향해 달라는 건의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접대비 관련 일반 매출액에 비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매출액에 대해서는 그 한도를 10% 밖에 적용하지 않고 있는데, 기업의 내부거래 규제를 접대비 한도 설정을 통해 하는 것은 불합리한 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 남현준 책임연구원은 "접대비는 좋지 않았던 관행과 음성적인 비용 때문에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기업활동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지출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접대비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접대비 용어 변경에 대해선 "부정적 인식을 벗어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본다"면서 "업무활동비, 업무추진비 등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회적 인식을 좋게 하기 위한 긍정적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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