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가 스스로 과세표준신고서를 작성하여 납부하는 방식의 세금은 그 납부기한으로부터 5년 동안 자신이 신고·납부한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함을 이유로 경정을 청구하여 초과납부한 세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반면, 과세관청으로부터 부과고지된 세금은 납세고지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불복을 제기하지 아니하면 불복기간이 도과하여 더 이상의 구제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원칙적 부과과세·선택적 신고납부방식이라는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부과과세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납세자와 신고납부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납세자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한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납세자가 매년 9. 30.까지 하게 되는 합산배제신고를 과세표준신고와 동일하게 보아 5년의 경정청구기간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다퉈졌다.
종합부동산세는 2005. 1. 5. 도입 당시 신고납부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신고납부방식은 ① 납세자가 과세표준과 세액을 계산하여 신고하는 데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② 납세자가 신고·납부를 게을리하거나 세액 계산을 잘못한 경우 가산세의 부담을 안게 되며 ③ 제도의 도입 초기 납세자에게 세액계산을 안내하기가 복잡하여 과세관청 입장에서도 과도한 징세비용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에 2007. 1. 11. 개정이 이루어졌다.
개정된 종합부동산세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관할세무서장이 납부하여야 할 종합부동산세의 세액을 결정하여 당해 연도 12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부과·징수하는 부과과세방식의 국세이나(개정법 제16조 제1항), 납세의무자가 신고납부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고자 하는 경우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당해 연도 12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신고하면 종전의 부과처분은 없었던 것으로 보는 원칙적 부과과세·선택적 신고납부방식의 국세로 규정하였다(개정법 제16조 제3항).
이에 따라, 과세관청은 지방자치단체(시장·군수)로부터 제공받은 재산세 부과자료를 기초로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되, 재산세 부과자료만으로는 종합부동산세법상 합산배제대상 부동산의 존부와 합산배제 사유를 알 수 없으므로, 납세자로 하여금 매년 9. 30.까지 합산배제대상 및 그 사유를 신고(합산배제신고)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법이 위와 같이 개정된 뒤로 납세자는 합산배제신고를 통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과세관청에 제공함으로써 정확한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위한 협력의무를 이행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부과된 종합부동산세에 이의가 없는 경우 이를 그대로 납부하게 된다.
반면 납세자가 그 선택에 따라 합산배제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부과·고지된 종합부동산세가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같은 해 12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과세표준신고서를 직접 작성·제출함으로써 신고납부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할 수도 있다.
대법원은 종합부동산세법이 최초 신고납부방식으로 제정되었다가 원칙적 부과과세·선택적인 신고납부방식으로 개정된 경위, 그 과정에서 납세자에게 '합산배제신고'를 별도로 하도록 규정하게 된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과세관청이 정당한 세액을 특정할 수 있도록 종합부동산세법 제8조 제3항에서 정한 법정신고기한까지 합산배제신고서를 제출한 납세의무자도 합산배제신고를 하지 않고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 이후 대상 부동산을 반영하여 종합부동산세를 신고·납부한 납세의무자와 마찬가지로 합산배제신고의 법정신고기한으로부터 5년 동안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본문에 따른 통상의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만약 대법원이 이와 달리 판단하였다면, 종합부동산세 납세자로서는 매해 합산배제신고를 하지 않고 신고납부방식으로 세액을 납부하는 것이 불복가능기간을 늘리는 면에서 보다 유리한 선택이 된다.
납세자는 언제 세법의 해석이 달라져 자신이 납부할 정당한 종합부동산세액이 변동하게 될지 사전에 알 수 없기에, 5년의 경정청구기간을 확보해두기 위해서는 신고납부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야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종합부동산세의 특성상 합산배제신고를 이행하고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납세자가, 합산배제신고를 이행하지 않고 뒤늦게 신고납부방식으로 납부한 납세자보다 불리하게 취급될 이유가 없다고 보아, 당해 사건의 납세자를 구제함은 물론, 현행 종합부동산세가 선택적 신고납부방식으로 규정된 취지를 살려 운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조세법률관계에 적용할 법령은 자주 개정되고, 그 내용도 전문적·기술적이어서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해석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고, 법원의 해석 역시 변경되는 경우가 있다. 납세자는 자신의 사실판단 및 법령해석에 따른 협력의무의 이행이 사후에 잘못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을 늘 안고 있는 것이다.
납세자가 이와 같은 위험을 부담하는 것에 대응하여 과세관청에 대한 협력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납세자에게는 불복의 기회를 넓혀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세관청은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5년의 부과제척기간 내에 잘못된 세액을 시정할 권능을 부여받고 있으므로, 가급적 납세자에게도 같은 기회를 보장하여 주는 것이 균형에 맞고, 실질과세의 원칙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07. 1. 11. 종합부동산세의 원칙적 부과과세·선택적 신고납부방식 개정이 납세자의 불복의 기회를 좁히기 위한 취지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과세관청이 정당한 세액을 특정할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한 협력의무(합산배제신고)를 다한 납세자에게는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납세자와 마찬가지로 경정청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써 큰 의미가 있다.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7두73068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