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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납세환경 개선 캠페인]'바른' 세금, '바른' 기업

기업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현실성 없는 신성장 세제지원

조세일보 | 이현재 기자 2018.07.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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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사는 최근 블록체인(Block Chain) 정보보안 R&D에 착수했다. 수천만의 고객정보 유출위험을 통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보안, 금융, 의료 분야 등 여러 산업에서 활용이 가능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거론된다. 하지만 세법에 열거된 신성장 R&D 기술에 해당되지 않아 R&D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B사는 5G시대를 맞아 시설투자 계획수립에 한창이다. 5G 이동통신 기술을 사업화하는 시설투자금액은 수조원 규모. 하지만 신성장 시설투자세액공제는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대비 R&D비용이 5% 이상에다가, 전체 R&D에서 신성장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이어야 하고, 전체 종업원 수도 감소하지 않아야 하는 가혹할 정도로 까다로운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 자동차 등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전통 주력산업이 주춤한 가운데,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는 신성장 산업과 관련한 기업들의 대형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지금의 세제지원만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데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현재 신성장 산업과 관련된 세제지원 제도는 2011년 도입된 '신성장동력·원천기술연구개발비 세액공제'와 지난해 도입된 '신성장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투자 세액공제 제도' 2가지가 있다.

정부가 특정한 157개 기술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대기업은 최대 30%(중소기업 40%)까지 공제해주며, 시설투자금액은 금액의 5%(중소기업 10%)를 공제해 준다.

하지만 이 같은 신성장 산업 관련 세제지원은 기업이 활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엄격한 공제 요건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세액공제율 상향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일제히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그림의 떡'에 불과한 현행 제도를 대폭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도 받지 못하는 세제혜택…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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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제안한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세액공제 개선안.

지난 4월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신성장기술 관련 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제도가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공제요건으로 기업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4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대상기술 포지티브리스트를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으로 개선 ▲신성장 전담부서 요건을 프로젝트별로 전환 ▲국외소재 위탁연구에 대해 예외조항 신설 ▲신성장 시설투자 요건 완화 등이다.

대상기술을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으로 개선하자는 것은 앞으로 새로 나올 기술에 대한 대비책이다.

신성장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현행 157개 대상기술에 포함되지 않고 있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불상사'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함인 것.

한경연은 신기술 변화 속도에 비해 제도적 수용이 늦다면서 현행 열거식의 포지티브리스트 방식이 아닌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을 도입하거나, 수시로 신성장 R&D 공제대상 기술의 신규 편입을 허용하는 제도 신설을 제안했다.

신성장 전담부서 요건을 프로젝트별로 전환하자는 것은 전담부서에 대해서만 공제해주는 현행 요건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연구인력들이 신성장 R&D와 일반 R&D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행 R&D 구분경리, 즉 별도 회계처리를 통해 비용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다면 굳이 전담부서 요건을 둘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경연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하거나 미진한 분야, 또는 원천기술이 국외에 있는 경우 등 국외 기관에 위탁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한해 공제대상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기술수준이 미미한 분야가 발전하는 데 좋은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제도는 해외기관에 대해서는 공제를 해주지 않고 있다.

"투자하면 뭐하나"…현실성 없는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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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제안한 신성장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개선안.

기업들은 신성장 기술개발에 성공한 뒤 시설 투자를 진행해도 세액공제 혜택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 실정이다.

신성장 시설투자세액공제율은 대기업 5%(중소기업 10%)로 다른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에 비해 높은 편. 하지만 세액공제 요건을 맞추기가 어려운 것이 업계의 현실. R&D 비용, 근로자수 유지 등 공제요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선 우선 매출에서 R&D 비용이 5%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또 총 R&D비용에서 신성장 R&D비용이 10% 이상이어야 하고, 여기에 더해 상시근로자수가 감소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한경연에 따르면 매출 10대 기업의 평균 R&D비율은 2016년도 기준 2.8%이며,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기업은 1.3%에 불과하다. 세액공제 요건인 5%에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또 요건에서 적용하는 세법상 R&D 비용은 회계상 R&D 비용에 비해 인정범위가 좁다. 연구원 인건비, 원재료비, 위탁비용만 인정되는 반면 감가상각비, 퇴직급여, 간접경비는 제외되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전체 R&D에서 신성장 R&D가 차지하는 비중 10% 요건도 2015년도 기준 실적이 3.3%에 불과한 만큼 비율요건을 낮추거나 세법상 신성장 R&D 인정비용의 범위 확대를 통해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성장 R&D 세액공제를 받은 경우 2년간 전체 근로자 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도 청년 근로자수나 신성장 사업부문의 근로자수로 대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신성장 산업과 밀접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5G에 대한 시설투자는 산업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발전의 근간이 된다"며 "현실성 없는 요건으로 인해 신성장 시설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5G' 세제혜택 논의 급물살 타나…업계 촉각

지난해 11월 출범한 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 활동 종료를 앞두고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특히 보고서엔 '5G 인프라 투자 시 세제혜택을 강화해야 된다'는 내용의 권고안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국회가 세계최초 5G 상용화를 앞두고 기술기반 창업이 활성화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5G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입법 및 정책으로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날 특위는 우리나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회형 창업이 전체 창업 중 21%에 불과해 미국(54%), 스웨덴(56%), 이스라엘(58%) 등 주요 해외국가에 비해 저조하다면서 기술개발 및 시장 사업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 확보 및 사업화를 위한 5G, IoT, 클라우드 등 핵심 인프라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업계는 국회 4차 특위의 권고와 의원 입법안이 비슷한 시기에 발의됨에 따라 5G 인프라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혜택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지난 5월 5G, IoT 등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지원을 위한 세액공제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세제한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율주행차와 첨단로봇,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기술이 구현된 장치·장비를 제조하는 시설에 투자 시 대기업은 5%, 중견기업은 7%, 중소기업은 10%의 세액공제를 2021년말까지 3년 더 적용받는다.

5G망 등 초연결 네트워크 구축 투자 역시 대기업 5%,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 등 동일한 세액공제를 적용받게 된다. 5G 관련 시설투자를 하면 요건과 관계 없이 세액공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추 의원은 "4차 산업혁명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투자 활성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주요 선진국들도 4차 산업혁명 선도국으로 입지를 굳히고자 적극적인 세제 지원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이어 "맥킨지는 2030년까지 4차 산업혁명산업이 창출하는 총 경제 효과가 460조원에 달하며 8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라며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세제 지원 확대를 통해 민간의 투자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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