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장을 맡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용진 기자)
"경제는 타이밍이다." 20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수문장이 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위원장은 경제법안 처리는 무엇보다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 보유세 인상안이 들어간 데 대해선 "결코 급진적이지 않다"며 옹호론을 펼쳤다.
정 위원장은 지난 28일 진행된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가 규제혁신 관련 법안을 빨리 해결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기재위 여야 간사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법안처리에 힘을 쏟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야는 오는 30일 열릴 8월 임시국회에서 규제혁신법안을 처리하기로 하고 세부 법안을 둘러싼 막판 줄다리기에 한창이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규제혁신법의 통과는 문재인 정부 '혁신 성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합의를 촉구했다.
그는 규제 정책과 관련해선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허용대상을 규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 대신 '네거티브 규제(금지항목을 명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 방식으로 환경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재위 심사를 앞둔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적다"며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다. 다만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두고 야당에서 '보유세 폭탄'이라는 말이 나온단 지적엔 "결코 급진적이지 않다"며 "집은 투자대상이 아닌 거주 대상"이라는 본래 취지를 부각했다.
기재위원장으로서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협치"라며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평가에선 야당의 지적과도 멀지 않아 보였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충분한 대비책 마련에선 부족했다며 정부에 쓴소리도 내놨다.
정 위원장은 앞서 19대 의원 시절 국세청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여당 입장이 된 지금도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는 소신을 보였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경제에 달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경제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기재위 위원장을 맡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집권여당 출신의 기재위원장으로서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은 분명 녹록지 않다. 그만큼 국회의 책임도 무겁다. 정부의 경제 정책을 입법화로 뒷받침하고 시장에 예측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협치다. 그동안 여야 입장차로 국회가 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면이 있다. 이번에는 저부터 야당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협치의 리더십으로 기재위를 운영하겠다.
일례로 저는 19대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역임하며 최고수준의 입법 성과를 내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이번 기재위도 '일하는 상임위, 성과를 내는 상임위'를 만들겠다. 민생살리기에는 여야가 없는 만큼 의원들의 협조도 있으리라 믿는다.
-여야 협치를 강조했지만, 최근 열린 기재위 회의에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놓고 여야 공방이 치열한 모습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선 목적과 방향에 이견이 없다. 사실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 가처분 소득을 높이고, 생계비 등의 지출 비용은 줄이는 동시에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세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이중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부분이 지나치게 부각돼 협소하게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자체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높여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게 본래 목적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선 지난 대선 때 여야 모든 후보가 동의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처럼 비용(임금)을 지불하는 측의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면 대책에 대한 검토도 충분히 선행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경기 양주시) 겸 기재위원장. (자료사진=김용진 기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여야 평가가 다른 것 같다.
= 오히려 올해 세법 개정안은 대체로 여야 논란의 여지도 적고 평이한 수준이라고 본다. 여야간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부분도 많이 포함됐다.
예컨대 근로장려세제나 자녀장려금 지급대상 확대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세제 혜택과 4차산업 분야 육성을 위한 인센티브 지원, 혁신성장 관련 시설투자에 가속상각 적용 등은 이미 여야 공감대가 이뤄진 사안들이다.
-자유한국당에선 정부가 이번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며 공정시장 가액비율과 세율 인상을 결정한 것을 두고 '보유세 폭탄'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비판하고 있다.
=이번 보유세 인상안은 결코 급진적인 편이 아니다.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 소득에 따른 양극화를 완화하고 소수층에 몰린 부동산 집중을 해소하자는 게 목표다. 집은 거주의 공간이지 투자의 대상이 되선 안 된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세부담은 국제적으로도 낮은 수준에 속한다. 지난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국의 보유세 부담 평균이 0.33%라면 한국은 절반 수준인 0.16%에 불과하다.
일례로 공시가격 16억5000억원에 실거래가는 23억~25억원의 주택을 소유했다면 이번 세제 개편으로 인해 1년에 더 내는 세금은 28만원 수준이다. 또 이번 개정안으로 세율 인상에 영향을 받는 대상도 2만6000명 정도다. 전체 주택소유자의 약0.2%에 그친다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비판은 맞지 않는다.
-잠시 화제를 전환해 '국세청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묻겠다. 지난 2013년 직접 국세청법을 발의한 적도 있는데 현재까지 공백 상태인 국세청법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지난 19대 의원시절 발의한 국세청법의 핵심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자는 것이었다. 국세청의 공정성·독립성 확보는 지금도 유효한 의제라고 생각한다. 5대 권력기관 중 하나라는 국세청은 개별조직법이 없는 탓에 정치권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안을 둘러싼 환경도 여야가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오히려 지금까지 국세청법은 야당이 주장하고 여당에선 논의를 피해왔는데 민주당이 여당이 된만큼 전향적으로 법안 처리를 검토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국세청 공무원을 특정직화 하는 문제는 안전행정부나 기획재정부 등 타부처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법안 각론에 대해선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내일(30일) 열릴 본회의에서 규제혁신 법안들이 처리될지 주목된다. 본회의 직전까지도 여야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모습에 우려도 많은 상황이다.
=규제혁신 관련법은 국회에서 빨리 해결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이미 지난달에 여야 원내대표들간에 이번 8월 임시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자고 합의도 했다. 따라서 합의가 된 부분이라도 먼저 해결해가야 한다.
규제혁신은 혁신 성장을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한 마중물이다. 과거와 같은 포지티브 방식 대신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확 바꿔야만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경제는 타이밍이다. 적기를 놓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법안처리는 효과가 떨어진다.
지금 여야 각당 원내지도부도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하고 협상 타결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저 역시 기재위원장으로서 여야 간사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법안 처리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