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김용진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가운데 이례적으로 연설문의 표현에 대한 '품격' 논란이 일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 성토하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폐기를 공개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굿판" 또는 "보이스 피싱" 등으로 비유했다. 또 ▲세금몰빵 경제 ▲세금뺑소니 정권 ▲경제실험 불장난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란 뜻의 신조어) 등 자극적인 표현 또는 비표준어까지 등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전에도 문재인 정부의 소통 정책을 '쇼(Show)통 정부'라 명명하며 확실한 대여 노선을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이날 연설에선 과도한 표현이 오히려 메시지 전달을 방해한 면도 있었다. 김 원내대표가 여야 경제 협치를 강조하며 "(가칭) 붉은 깃발 뽑기 비상경제협치회의"를 열자고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규제혁신법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붉은 깃발 뽑기'란 명칭은 발언 즉시 회의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시종 굳은 표정을 유지하던 김 원내대표 본인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연설 막판에 이르러선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난 3일 개회사를 언급하며 "입법부 수장으로서 품격도 상실하고 균형감각도 상실한 코드 개회사"였다며 예정에 없던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민주당측 인사들이 고성으로 항의하며 본회의장은 한동안 아수라장이 됐다.
문 의장은 연설을 끝낸 김 원내대표에게 수고 인사와 함께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국회 전체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가슴 속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고 일침하기도 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의 정치 언어를 둘러싼 '품격' 지적은 여야 모두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비아냥으로 도배된 연설문 속엔 제1야당으로서의 품위와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혹평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트위터를 통해 "정치인의 언어 품격은 절대 불가능한 것인가"라며 "참담하다"고 썼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문 의장의 경우 오히려 청와대에 개헌을 강조하는 입장인데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면서 "의장을 면전에 두고 다소 인격모독적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그의 연설은 재미는 있었을지 모르나 감동이나 품격도 없어 아쉽다"며 "현실적인 대안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당 내에서도 당이 설화(舌禍)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이 쇄신 중인 상황"이라며 "과거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립국어원은 이날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특정 공인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공개석상에서 나오는 공인의 발언은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를 쓰길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설에 대한) 반응이 뜨거우면 좋은 것 아닌가"라며 "국회의장의 경우 정권의 눈치를 보거나 스피커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