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조세포탈죄 처벌 여부 분리해서 판단해야" 파기환송
◆…대법원은 25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해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태광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에서 이 전 회장을 엄벌해달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더팩트.
1400억원 대의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로 8년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또다시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이 전 회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파기환송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이날 선고에 따라 이 전 회장의 항소심만 3번 열리게 됐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변경하지 않았지만 원심이 조세포탈죄 처벌 여부를 따로 판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금융회사의 최대주주에 해당한다면 조세포탈죄는 다른 혐의와 분리해서 심리·선고해야 한다"며 "하지만 파기환송심(고법)이 이를 심리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다만 함께 기소된 태광산업에 대해선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3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회장은 섬유제품 생산량을 조작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무자료 거래 등의 수법을 통해 회삿돈 500억여 원을 횡령하고 주식과 골프연습장 등을 싸게 사들여 회사에 900억여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기소됐다. 또 2004년 법인세 약 9억3000만 원을 탈루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1·2심은 이 전 회장의 횡령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횡령의 대상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에 서울고법 재판부는 횡령액을 재산정하고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6억 원으로 감형해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파기환송심 결과에도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심리 절차에 흠결이 있다며 다시 항소심에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사건이 또 파기환송되면서 2012년 항소심 진행 중 보석으로 석방된 이 전 회장은 계속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간암 등 건강상 이유로 병 보석, 구속집행정지를 거듭하며 실제 구치소에 수감된 기간은 63일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보석 사유와는 다르게 최근 음주, 흡연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한편 25일 국회에서 진행된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이 전 회장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이 전 회장은 실형을 받고도 단 63일만 구치소에 있다가 병 보석으로 풀려났고 최근에는 술 마시는 장면도 보도됐다"며 "그 사이 재산은 1조3000억 원으로 늘어났는데 국세청은 이 전 회장의 비정상적인 재산 증식 의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세무조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