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대인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임대차 거래를 숨긴 행위는 조세 회피 목적"
◆…본인 소유의 모텔을 타인에게 임대하고도 스스로 사업자를 등록해 조세를 회피했다면 이에 대한 과세는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건물주가 모텔 사업을 하는 임차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면 조세를 회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윤경아 부장판사)는 박모씨가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등 취소소송에서 "박씨는 자신 소유의 모텔을 임대했을 뿐인데도 스스로 사업자로 등록함으로써 조세 징수를 곤란하게 했다"며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박씨는 2006년부터 10년간 이모씨에게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A모텔을 임대했지만 모텔의 사업자는 본인 명의로 등록했다.
이후 모텔 운영에 따른 부가세와 종합소득세는 박씨가 신고·납부했는데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실제로 모텔을 운영한 사람은 박씨가 아닌 이씨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세청은 박씨가 모텔에 대한 사업자등록을 한 것은 명의위장에 해당돼 박씨가 이씨로부터 받은 임대소득을 누락했다고 보고 2017년 박씨에게 부가세 및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박씨는 "모텔 영업 과정에서 명의를 위장하기는 했지만 단순한 명의위장에 불과하고, 이에 대한 과세는 부과제척기간(부과가능기간)이 지나 위법하다"며 지난 2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가 여관업에 대해 사업자등록을 하고 이에 따라 허위의 세금을 신고해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부정행위를 했다"며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대인이 스스로 여관업의 사업자를 등록함으로써 임대차 계약을 숨기는 경우 부가세 및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게 돼 조세회피가 이뤄진다"며 "모텔의 사업자등록을 박씨 명의로 한 이유는 조세회피 이외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과세관청이 박씨의 임대사실을 인지했으나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5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박씨 명의의 사업자등록은 임대 거래의 은폐와 조세 회피라는 적극적인 목적에서 이뤄져 박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씨에게 부과된 가산세에 대해서도 "박씨가 허위로 세금을 신고한 행위는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며 가산세 부과는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박씨가 임대인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여관업에 대한 사업자등록을 함으로써 부가세와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게 돼 조세회피가 이뤄졌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판례 : 2018구합536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