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종소기업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회에서 올해 경제 활력을 찾는데 중점 과제를 두고 정책기조를 가져가겠다는 취지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발표한 2019년 신년사에서 경제를 그 무엇보다도 앞세워 강조했다. 지난 해 신년사에서 3회에 불과했던 '경제'란 단어를 올해는 25회나 언급했다. 아울러 '기업'이란 단어를 역시 10회나 언급해 올해 경제에 올인 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밝혔다.
지난해 신년사에선 촛불혁명과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평화'를 6회, '북한'을 4회 언급하면서 "새해 북한산 해맞이를 하며 한반도의 평화, 국민의 안전이란 두 가지 소망을 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엔 '북한'이란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도 마지막 부분에 간략히 언급했다. '평화'가 9회 나오긴 했지만 '평화가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되는 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경제 중심으로 풀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제발전도 일자리도 결국은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고 강조한 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 활성화가 절실해 보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업들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고, 정부가 기대했던 청년 일자리는 좀처럼 증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에 사상 최초로 수출 6천억 불,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열어, 인구 5천만 명 이상 규모를 가진 국가 중에서는 세계 일곱 번째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 국가 중 유일하게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이기에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질만하다고 했지만 반면 지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은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큰 틀에서 바꾸기 위해 정책 방향을 정하고 제도적 틀을 만들었던 시기였다"면서 "2019년은 정책의 성과들을 국민들께서 삶 속에서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불평등을 넘어 함께 잘사는 사회로 가는 첫 해로 만들어 보겠다. 그 모든 중심에 '공정'과 '일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며 "촛불은 더 많이 함께할 때까지 인내하고 성숙한 문화로 세상을 바꿨다. 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 전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 방식도 혁신해야한다“며 ”'혁신'이 있어야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 기업의 혁신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맥을 같이해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 연말 삼성·SK·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부회장급 임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구 부의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이 비공식 채널로 재계 고위급 인사들을 만났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는 가운데 청와대가 기업과의 소통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김 부의장의 주선으로 김 실장이 연말 주요 대기업 임원을 만났다"고 설명하면서 "김 실장의 기업인 만남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다. 오늘 점심도 기업인들과 만나는 등 기업과의 대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혀 특별한 회동이 아니라 일상적인 회동임을 강조했다.
국내 언론도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평가했다. 문 정부의 핵심 화두인 '포용국가' 기조를 재확인한 점과 경제·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투자를 일으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해 언론마다 시각차는 뚜렷하게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경제 잘되는데 보도가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이란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의 송년 오찬에서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고 언급한 점을 두고 문 대통령의 경제 관련 언급을 들으면 정확한 보고를 받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대 대통령이 거의 매년 참석한 대한상의 주최 재계 신년회엔 2년 연속 불참키로 했다며 기업 환경을 말하지만 마음으로는 가기 싫은 것이다. 새해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다고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국민은 대통령에게 '경제정책 전환'의 리더십을 원한다'란 사설에서 현 정부는 경제 정책을 여전히 바꿀 뜻은 없었다. 방향 선회를 바라는 국민의 생각과 달랐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언급한 '우리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말한 점에 대해서 구상한 성과가 나올 때까지 현 정책기조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라고 평가 절하했다.
또한 언론은 '소득주도 성장은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며 현 정책을 도그마처럼 끌어안고 가겠다는 건 독선일 뿐이다. 대통령의 말과 실제 정책 집행이 따로 도는 모양새다. 답답한 리더십의 실종이다'라고 힐난했다.
˂동아일보˃는 '시장에서 실패한 정책기조 안 바꾸고 경제난 극복 가능하겠나' 란 사설에서 문 대통령 신년사 중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한 점에 대해 청와대가 현 경제정책 방향을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한국의 경제 침체를 단순히 경제 기조 변화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경제 활력 되찾는 데 국정동력 쏟기를'이란 제목이 사설에서 경제성장의 혜택을 온 국민이 함께 누리는 일은 이 정부만의 숙제가 아니다. 또한 서두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과 국민의 실망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인내해달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언론은 고공 행진하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자칫 정치개혁이나 적폐청산, 한반도 정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경제'를 강조한 것은 온당한 판단으로 보인다며 경제 활력을 되찾는 데 국정 동력을 쏟아야 한다. 그렇다고 야당이 주장하는 대기업 위주 성장정책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정경제, 사람중심 경제라는 큰 틀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되 필요하다면 단기처방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이 언론은 제언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기업 투자하기 좋은 환경, 실천으로 성과 내야'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이 신년사의 3분의2 이상을 경제 분야에 할애할 정도로 경제 활성화의 의지를 피력했다면서 문 대통령의 언급은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못지않게 혁신성장에도 정책의 방점을 찍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언론은 취임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권은 한반도 평화기조 정착 등 대외정책은 높은 점수를 받지만, 경제 부문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에 따라 경제성장의 과실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기업들이 활발히 투자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 언론은 아울러 혁신의 요인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경제 활력을 살리고 민생도 개선될 수 있으므로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실천을 기대한다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7일에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벤처기업 인사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날 방침이라고 청와대가 3일 밝혔다. 또 이어 이달 중순께 대기업과 중견기업 및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타운 홀 미팅 형식의 대화를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신년회에서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경제 활력을 찾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정책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성격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말 삼성,현대차,SK,LG,를 포함한 14대 그룹 총수 및 최고경영자를 청와대로 처청해 호프타임을 겸한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또한 올해 신년회에도 4대 그룹 총수를 초청했다.
신년사에 이어 문 대통령의 경제 활력을 위한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