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기준 코픽스 적용 대출은 원화 대출의 5.3% 수준 불과
코픽스 기준금리가 27bp 인하돼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변수
◆…최근 1년여간 코픽스 기준금리 변동 추이. 자료=은행연합회 제공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산출 기준인 코픽스(COFIX) 산정방법을 바꿔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유도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는 오는 7월부터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코픽스 산정 방안을 변경하지만 은행업계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증권가의 분석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은행 금리인하 유도를 위한 개선방안이 형식적이고 은행의 수익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대출자들에게는 금리를 인하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대출자와 신규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에게도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유도 방안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자칫 '언 발에 오줌누기' 처방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다.
코픽스는 주로 은행권 변동대출 상품의 금리를 적용할 때 기준금리로 활용된다. 오는 7월부터 도입하기로 한 새로운 코픽스(잔액기준)는 그동안 반영하지 않는 결제성 자금, 기타 예수·차입부채까지 추가했다.
현재의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수신상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한다. 8개 은행은 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KEB하나, 기업, 국민, 한국씨티은행이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코픽스를 적용하게 되면 기준금리가 27bp(1bp=0.01p)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의 코픽스 산정 개선을 통해 금리인하를 유도하더라도 은행권이 받는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산출되었던 잔액기준 코픽스 대비 금리가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가산금리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조정되어 실제 산출된 가계대출금리는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낮아진 코픽스는 기존 대출이 아닌 신규대출부터 적용된다”면서 “잔액기준 코픽스 대출은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정부의 입장이 대출금리를 인하하라고 노골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라면 은행의 타격은 상당할 것”이라며 “그러나 발표된 정책은 소비자 보호정책의 강화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소비자 보호정책의 강화로 인해 은행의 관련 부담이 증가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은행이 직접적으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이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새로운 것이 시작되었다기보다 그동안 논의되어온 대출금리체계 개편이 무난히 마무리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코픽스 산정방식 변화가 은행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8개 시중은행의 원화 대출 1177조원 중 잔액기준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적용하는 대출은 62조4000억원으로 5.3%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 연구원은 “현재 잔액 기준 코픽스 적용 대출이 일시에 모두 새로운 기준의 코픽스 금리가 적용된다는 보수적 가정을 적용해도 은행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2% 미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유 연구원은 “다만 추세적인 금리 상승이 발생하고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 비중이 많이 증가하면 은행업계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판단했다.
잔액기준 코픽스가 새로이 산출되더라도 새로운 금리를 기준으로 한 대출의 경우에는 리스크프리미엄이 재산정되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가 직접적으로 가계대출에 활용되지 않는 조달금액을 상당부분 포함해 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잔액기준 코픽스를 기준으로 한 대출금리가 현재의 대출금리보다 현저히 낮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잔액기준 코픽스에 결제성 자금, 기타 예수·차입부채까지 추가하면서 기준금리가 27bp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금융가에서 보고 있는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