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28일 오전 간담회에서 언급한 '아세안 발언'으로 곤혹을 겪었다. (사진=조세일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28일 오전 조찬간담회에서 언급한 '젊은이들이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말고 아세안에 가면 해피조선이 될 것', '50~60대들이 할 일이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에 댓글 다는데 그러지 말고 아세안, 인도로 가야한다' 등 발언에 대해 비난여론이 확대되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김 보좌관은 이날 오후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쳤다"며 "저의 발언으로 인해 마음이 상하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한 발언에 논란이 일자, 1차 입장문을 통해 "(이들을)무시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신남방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사례 설명이라고 해명했으나 야당들의 성토와 SNS 비판여론이 크게 일며 파문이 급속 확산되자 입장을 전환해 긴급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사진=연합뉴스)
앞서 김 보좌관은 이날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대한상의 조찬 간담회에서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 자격으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경제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을 향해 "취직이 안 된다고 여기 앉아서 '헬조선'이라고 하는데 아세안을 가면 '해피 조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0~60대들이 우리나라에선 할 일이 없다고 산에 가고 SNS에서 험악한 댓글을 다는데 그러지 말고 아세안으로, 인도로 가야한다"며 "국내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박항서 감독도 베트남에서 새 감독이 필요하다고 해 가서 인생 이모작 대박을 터뜨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를 향해서도 "한국은 자영업자가 힘들다고 하는데, 한국 식당들은 왜 아세안에, 뉴욕에, 런던에 안 나가느냐"면서 "한국 식당 수는 통계적으로는 일본의 거의 3배에 가깝다. 여기서 경쟁하는 것보다 아세안으로 가면 소비시장이 연 15% 성장하므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신남방정책에 대해선 "아세안만 하더라도 연 평균 성장률이 5~6%이고 인도는 7~8%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소비시장이 규모면에서 연평균 15%씩 성장하고 있다"며 "이렇게 15% 성장하는 시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아세안과 인도시장이 앞으로도 더 좋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10년 후면 전 세계 경제권은 중국이 아닌 인도가 될 것이다. 인도는 주요 2개국(G2)이 될 것"이라며 "아세안도 10년 후면 전 세계 '톱5'시장에 들어선다. 이런 유망한 시장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국가 매력도만 봐도 중점적으로 공략해야한다"며 거듭 젊은층, 50~60대, 자영업자 등에게 아세안, 인도 등 남방 진출을 촉구했다.
김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은 청년층, 중장년층, 자영업자들에겐 정부가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책임을 전가했다는 것으로 인식돼 SNS상에서 비난여론이 일었다.
김 보좌관은 이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일자 즉각 해명자료를내고 '50~60대의 아세안 진출'에 대해선 "신남방지역에 진출한 박항서 감독의 성공사례를 설명하면서, 박 감독처럼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말한 것"이라며 "50·60 세대를 무시하는 발언이 결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년들에게도 "현재 신남방지역의 한류열풍으로 인해 해당지역 10·20세대들이 대한민국을 동경의 나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을 표현하면서, 우리 젊은이들도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기업들도 아세안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김 보좌관 발언과 관련, 이날 장능인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위기를 인정하고,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동남아로 탈출이라도 하라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장 대변인은 또 "소득주도 성장 발 경제위기와 일자리 절벽에 좌절 중인 국민에게 책임있는 공직자가 해서는 안 될 망발"이라며 "과거 혁신역량과 창의성, 열정 등을 바탕으로 세계무대로 뻗어 나갈 것을 권장한 사례는 있었어도, 정부 스스로 자처한 불경기에 괴로워하는 국민에게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한 사례는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제를 망친 책임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두려우니, 글로벌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것은 잘 알겠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라고 했듯이 해외탈출 '각개전투' 보다는 양질의 국내 일자리를 먼저 챙겨야한다"고 촉구했다.
평화당도 이날 홍성문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꿈꾼 '나라다운 나라'는 '청년들이 탈조선하는 나라'였는가?"라며 "문재인 정부의 주장은 '대한민국에 청년들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하라'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과 다를 게 없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정권을 바꿨더니 문재인 정부는 '(해외로) 나가살면 살기 좋다'고 주장한다. 이게 무슨 해괴한 주장인가?"라며 "개혁은 싫고, 경제를 살리는 것도 여의치 않으니 청년들과 중장년층에게 '탈조선 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거듭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