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늘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 확정·발표 예정
경실련 "2009년 4대강 사업 추진위해 예타면제 조항 확대돼"
"제대로 된 정부, 예타 제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될 것"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미지=경실련)
정부가 29일 각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사업 중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대상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총 17개 지자체에서 33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앞서 시행되는 개략적인 타당성조사를 말하는 것으로 이 조사를 통해 해당 사업의 경제성 분석, 투자 우선순위, 적정 투자시기, 재원조달방법 등 타당성을 검증함으로써 대형 사업의 신중한 착수와 재정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타당성조사가 주로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반면,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적 타당성을 주된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 예비타당성조사제도는 1999년 김대중 정부때 도입되었으며, 현행 '국가재정법' 시행령 제13조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비용편익율(B/C)이 1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사업추진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이번에 지자체가 신청한 SOC사업의 대부분은 이 비용편익율(B/C)가 1을 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자자체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이 사업들에 대해 예타 면제를 요청하고 있다.
물론 예타면제 조항도 있다. 2007년까지는 공공청사 신증축, 문화재 복원, 국가 안보 관련, 남북 교류 협력 관련, 재해 복구 등 다섯 가지 항목에 해당되는 사업에 대해서만 면제해 주던 것을 2009년에 2배, 즉 10가지 항목으로 면제 대상을 늘렸다. 이 항목에 지역균형발전, 국가 정책적 필요 등 애매모호한 항목들이 포함돼 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세금을 효율적으로 써야 되는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사업에 원칙적으로 국가 재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 단장은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당연히 경제성이 있어야 되는데 지역의 발전이 역차별 논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항목을 조정했다"며 "2007년부터 지역 균형 개발 항목 지수에 대한 평가 기준을 계속 늘려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금 35%까지 늘려 왔고, 정책적 판단을 30% 합치면 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AHP방식(분석적 계층화법)을 통해 그 결과가 0.5를 넘어가면 사업을 추진하도록 돼있다"고 설명하면서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안 나오는 부분들을 사업 추진하겠다는 것은 예산 낭비를 무시하고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정부라면 DJ 정부처럼 절차 준수, 그리고 결과를 가지고 국민 동의를 거치는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게 맞는 거지 절차를 아예 무시하는 자체는 시민으로서 절대 용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예타면제 조항이 2009년에 열 가지로 늘린 게 당시 4대강 사업 추진 때문이냐는 물음에 대해 신 단장은 "그 당시에 현 정부와 여당 그리고 경실련 포함한 환경 단체들이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 재정법으로 규정되어 있어 반대했다"며 "이명박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했던 4대강 살리기를 추진하기 위해서 당시 국가 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해예방과 지역균형발전 등 예타면제 항목을 열 가지로 대폭 늘렸다"고 주장했다.
현 예타면제 항목 중 지역균형발전·국가 정책적 필요 등 항목은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다 통과시켜줄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진행자 물음엔 "일반적인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래서 이번 논란도 그렇게 뜨거워진 것 같고 안타까운 것은 2009년 당시 예타 무시에 대해 현 정부에서 대단히 반대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정부라면 그 당시에 잘못돼서 활용되고 있는 이 예타 제도를 다시 고쳐서 더 엄격하게 만들고 적용을 더 신중하게 했어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며 "정반대로 하고 있어서 저희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신 단장은 "DJ 정부가 도입했던 제도를 다시 복원시키는 게 맞는 건데 예타를 무시하고 추진하게 되면 당초 들어간 사업비 낭비도 문제겠지만 그 시공 과정이라든지 그리고 완공 이후 지속적으로 세금이 낭비된다"면서 "수십 년 동안 그것은 후세대에 있어서 죄를 짓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장 첫 삽을 뜨는 게 중요하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 단장은 예타 면제로 이후 혈세만 낭비되고 있는 사업의 예로 '이용객이 적은 지방 공항', '주말에도 통행차량 수가 적은 고속도로·국도', '지방 박물관', '이용률이 훨씬 떨어진 주민 시설들'을 꼽았다.
신 단장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던 사업들도 제대로 시설물을 100% 가동하고 있는 곳이 거의 드물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혈세를 그냥 아무 데나 쓰겠다. 이런 표현·의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후세대들에 대해서 죄를 짓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예타 면제 정책에 대해 비난했다.
오늘 예타면제 대상을 확정·발표한다는 점에 대해선 "어제 늦게 최소화하겠다는 그런 말이 나오는데 저희 바람은 최소화하기보다는 현재 정해져 있던 절차에 대해서 전면 재검토를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국민들의 논의를 다시 거쳐서 제대로 된 세금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그 방안을 다시 심사 촉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걸 선심성 공약으로 보낸 것은 그 사업을 지역 숙원사업으로 포장해서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쪽지 예산뿐만 아니라 여권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그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 단장은 "2009년 당시 4대강 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했을 때도 당시 야당이었던 현 여당에서는 상당히 반대를 했다"며 "그런데 웃긴 게 현재 야당인 한국당 같은 경우는 '총선 공약이 아니냐'라는 의문만 던져놓지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 주길 바라고 있는데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정치권에 의문점을 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