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청산은 단순히 법률에 따라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마무리되는 일종의 절차상의 프로세스만으로 끝나는 업무가 아니다. 매우 다양한 주체들과의 법적·경제적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업무이다. 따라서 청산실무를 진행하기 앞서 최적의 청산전략을 수립하고 중요한 이슈들을 사전에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산비용 마련을 위한 자금조달
청산을 진행하기 앞서 얼마의 비용이 들 것인가를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추정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추정된 청산비용이 청산회사가 자체적으로 조달하기에 부족한 경우 자금조달방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즉, 해산 전에 증자가 필요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현지법인의 증자는 상무부문의 허가제도가 등록제도로 변경되어 절차가 간소화 되었지만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간적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모회사가 현지법인에 일단 자금을 빌려주는 대부투자를 한 후 그 채권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투자는 모회사와 자회사간의 대출인데 이 경우 외환관리국에서 외채등기가 필요하고, 소요시간은 증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산 자금을 대부투자로 조달하는 경우 먼저 외채한도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봐야 한다. 외채한도가 없으면 대부투자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현지법인의 긴급한 사정으로 지금 당장 중국에 자금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장 빨리 송금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역대금의 선불이다. 선불의 기간이 길면 현지법인 측에서 '화물무역 외환 모니터링시스템'에 등록이 필요하지만 어쨌든 돈은 중국에 빨리 들어갈 수 있다.
한국모회사가 대부투자로 빌려주든 무역대금을 선지급하든 결국은 중국현지법인이 갚지 못할 것이므로 한국의 모회사는 채권을 포기하는 각오로 현지법인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한국모회사가 채권을 포기하게 되면 중국현지법인은 채무면제이익이 되어 과세소득을 구성하므로 기업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도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회사 서류의 정리와 보관
회사의 서류는 회사의 주장을 피력하고 부당한 행정처분을 방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세관과 세무국의 청산실사에 대비하여 회사의 핵심서류인 무역관련서류와 회계관련 증빙들이 완전하게 보관되어 있고 무역직원과 회계직원이 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회사의 법률과 행정문서는 회계장부, 각종 계약서, 관리파일뿐만 아니라 이러한 자료를 보관하는 컴퓨터, 캐비닛 등에 대한 철저한 확인과 확보가 필요하다. 회사서류는 부정당한 분쟁이나 행정처분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되며, 필요서류가 구비되지 않은 경우 심지어 정상적인 청산절차를 밟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비준증서나 영업집조 원본을 분실하였다면, 청산실무 이전에 동 증서를 재발급 받아야 하는 절차부터 먼저 진행해야 한다.
회사재산에 대한 관리 강화
청산과정에서 공장의 어수선한 틈을 타서 기업재산의 관리에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재산을 부실하게 관리되면 법률적 책임이 뒤따르게 되는데, 예를 들어 도난이나 분실로 인하여 주주의 배상책임이나 가압류중인 자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이전함에 따라 법정대표에게 법률책임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세관의 관리감독하에 있는 면세물품을 분실함으로 인하여 법정대표에게 형사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회사재산은 청산과정에서 현금화하여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금원천이며, 부채를 상환한 후 잔여재산은 주주에게 합법적으로 분배해야 한다. 따라서, 청산준비 및 진행과정에서 회사의 재산이 분실되거나 감액되지 않도록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회사 내부인력을 활용한 재산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면 전문 경비인력의 채용이나 보안회사 위탁관리 등을 검토해야 한다.
회사채무의 사전확인 및 정리
청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채무자와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채무관계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청산과정도 상대적으로 지연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채무관련 소송이나 중재절차가 진행되면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추가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따라서 채무는 가급적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처리원칙을 따르는 것이 좋겠다.
첫째, 부채리스트를 작성해 반드시 상환의무가 있는 명세를 확정한다.
둘째, 부채규모와 거리를 기준으로 상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특히 인근에 소재하고 있는 소액 채무자들의 부채는 최우선 정리한다.
셋째, 부채상환 규모가 큰 업체와는 협상을 진행하여 부채상환액을 절감시킨다.
넷째, 회사의 채권자가 청산조에 신고한 채권에 대하여 심사통보 후 만약 채권자가 이의가 있을 경우 채권자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소송이 종결되기 전까지 기업의 청산절차를 완료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경우 실무상 청산기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이의있는 채권금액을 공탁하는 방법이 있다.
자산의 처분과 부채 상환법 논의
청산이란 회사의 자산을 처분하여 채권자에게 분배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청산절차를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보유자산의 처분방향과 채권자에 대한 상환방법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뒤 청산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면세설비의 처분은 주의해야 한다. 면세설비는 중국으로 수입할 때 관세와 증치세를 면제받은 것으로서 세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외국인투자기업이 청산할 경우 심사비준기관의 청산비준일로부터 15일 내에 면세설비에 대하여 세관에 핵소신청을 해야 하며, 관리감독기간 내에 있는 면세설비라면 중국 내자기업에게 매각해서 면세혜택을 반환하거나, 청산기업과 동등의 면세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구비된 외국인투자기업에게 매각해서 계속해서 면세혜택을 유지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세관의 승인을 얻은 후 국외로 반송할 수도 있다.
그 외 기타 주요자산에는 토지사용권, 건물, 기계설비 등이 있다. 특히 토지사용권과 건물 매각에 필요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중국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매각처를 찾는 것 조차 매우 힘들다. 따라서 이러한 자산을 보유한 회사는 사전에 해당 부동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만일, 실질적으로 토지사용권과 건물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국유토지사용증과 부동산권리증을 발급받지 못한 회사가 있다면, 이러한 회사는 부동산에 대한 완전한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오히려, 건물 철거와 같은 행정명령에 처해 별도의 철거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부동산과 관련한 회사의 재산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청산 정리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노무문제의 원만한 해결법 모색
청산진행 전에 이미 대부분의 종업원들은 해고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종업원의 재배치는 법적인 의무사항은 아니나 퇴직종업원과 정부부문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순조로운 청산진행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기업청산 시 직원이 청구할 수 있는 것은 급여, 잔업수당, 사회보험료, 장애보상금 및 경제보상금이라고 할 수 있다. 청산시 기업은 영업정지하고 청산기간 동안의 청산비용만 청산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청산개시와 동시에 기업은 모든 직원과의 노동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청산업무의 필요로 회계직원 및 경비인원을 계속 채용해야 할 경우 기업의 청산조에서 청산보조인원으로 고용(노무계약 체결)할 수 있으며, 관련비용을 청산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노동문제 해결 시 실무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청산개시 이전에 조업단축 및 중단 등을 통해 종업원의 자연감소를 유도하여 상기 소요비용을 감소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금난으로 직원급여 및 경제보상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을 경우 직원들로 하여금 노동중재신청을 하도록 유도하고 노동중재심리에 충분히 협조한다. 또한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파출소나 노동국의 협조 하에 처리한다.
조업중단 일정의 수립과 점진적 시행
대개의 경우, 특정시점에서 바로 조업을 중단할 수 없다. 거래처의 주문대응이나 기존에 확보한 주문량 해결을 위해 공장가동이 일정기간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가 청산을 계획한다면 점진적으로 조업중단 일정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거래의 갑작스런 중단으로 인한 위약금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환관리국 송금리스크 제거
해외로부터 차입한 외화차입금이나 무역거래에서 발생한 수입채무 등을 합법적으로 외환관리국이 개설한 전용 시스템에서 등기하지 않은 경우, 해당 금액의 경외 송금이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외화채무와 관련된 등기의무 이행여부를 확인하고, 만일 미등기 사항이 있다면 유관 절차에 의거 등기보완조치를 하거나 송금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비준을 받는 절차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이택곤 BKC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