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피합병회사의 합병구주를 명의신탁 받았던 사람이 합병회사가 발행하는 합병신주를 배정받아 그 앞으로 명의개서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시 상증세법에서 규정한 명의신탁 증여의제를 적용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두30644 판결, 이하 '대상판결').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은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그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 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명의신탁 증여의제라고 한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 규정한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실제로 증여를 받은 바가 없어 담세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한다는 점에서 이는 세금이라기 보다는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로 이해된다(소위 제재설).
그렇다면 합리적인 제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문제되는데 특히 기존의 명의신탁을 토대로 파생되는 명의신탁에 대하여 어디까지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제재가 허용되는지가 쟁점이다.
대법원은 과거 ① 주식의 발행회사가 유상증자 하여 신주를 발행함에 따라 명의신탁 주식의 명의수탁자에게 신주가 배정된 경우 이러한 신주는 별도의 증여세 과세대상이라고 판단했으나(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 등), ② 주식의 발행회사가 자본잉여금을 자본전입하여 명의신탁 주식의 수탁자에게 무상주를 배정한 사안에서는 재차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봤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두21352 판결). 한편, ③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따라 수탁자에게 교부된 신주는 종전의 명의신탁과는 다른 새로운 명의신탁이므로 명의신탁 증여의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두5791 판결).
그런데 대법원은 2017년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 명의로 주식계좌를 개설해 수십 종류의 상장주식을 수백 회 넘게 매수·매도하여 주식투자를 한 사례에서, "최초로 증여의제 대상이 되어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으로 취득하여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된 주식은 그것이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과 시기상 또는 성질상 단절되어 별개의 새로운 명의신탁 주식으로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시 명의신탁 증여의제를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획기적인 판단을 내렸다(대법원 2017. 2. 21. 선고 2011두10232 판결).
대법원은 그 이유로 ①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범위 내에서만 적용되어야 하는 점, ②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이 매도된 후 그 매도대금으로 다른 주식을 취득하여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를 한 경우에 다시 명의개서된 다른 주식에 대하여 제한 없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증여세의 부과와 관련하여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증여의제의 효과를 부정하는 모순을 초래할 수 있어 부당한 점, ③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과 다시 명의개서된 다른 주식에 대하여 각각 별도의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애초에 주식이나 그 매입자금이 수탁자에게 증여된 경우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증여세액이 부과될 수 있어서 형평에 어긋나는 점 등을 들었다.
이후 대법원은 2018년 회사 간 포괄적 주식의 교환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교환신주를 교부받은 사안에서, 기존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두5791 판결의 법리에 따라 교환신주에 관하여 종전의 명의신탁과는 다른 새로운 명의신탁관계가 형성되므로 그 자체로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위 대법원 2011두10232 판결과 같은 이유를 들어 교환신주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신탁 증여의제를 적용하여 다시 증여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2두27787 판결).
대상판결 역시 위 대법원 2011두10232 판결의 연장선에서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적용을 부인했다.
대상판결은 흡수합병이 이루어짐에 따라 소멸회사의 합병구주를 명의신탁 받았던 사람이 존속회사가 발행하는 합병신주를 배정·교부받아 그 앞으로 명의개서를 마친 경우 새로운 재산인 합병신주에 대하여 새로운 명의신탁관계가 형성되기는 하나, ①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한 범위 내에서만 적용되어야 하고, ② 합병신주에 대하여 제한 없이 별도의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증여의제의 효과를 부정하는 모순이 초래할 수 있어 부당하며, ③ 합병 전·후로 보유한 주식의 경제적 가치에 실질적인 변동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④ 합병신주에 대하여 재차 명의신탁 증여의제를 적용하면 애초에 주식이나 그 인수자금이 수탁자에게 증여된 경우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증여세액이 부과될 수 있어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대상판결은 합병신주에 대해서도 위 대법원 2011두10232 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밝혔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대한 판결에 이어 나온 대상판결을 통하여 대법원은 위 법리가 특수한 사안에만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유사한 유형의 명의신탁 관계에 있어서 적용될 수 있는 일반 법리임을 분명히 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로서 과세의 범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제한될 필요가 있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입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두30644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