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북미 정상의 '통큰 합의'가 성사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 때의 양측 정상이 만나는 장면(공동사진취재단)
한반도 영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3일 밤 전용열차를 이용해 평양을 출발, 중국 대륙을 거쳐 하노이로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5일(현지시각) 전용기를 이용, '핵 담판'이 이루어질 결전의 장소로 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비행기로 다섯 시간 남짓 걸릴 일정을 60시간이 걸리는 중국 대륙 횡단 방법을 택한 점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1호 열차는 23일 밤 9시경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는 중국 단둥지역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도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 해 6월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 중국이 제공한 전용기를 이용한 점과 대비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앙일보˃는 중국내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의 '열차 외교'를 놓고 세 가지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25일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동북아 정세에 정통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중국 대륙을 동북에서 서남으로 사흘 가까이 누비며 내려오는 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먼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엔 중국이란 든든한 뒷배가 있음을 각인하는 효과다. 이는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미국 요구를 호락호락 들어주는 일은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중앙˃은 이어 이번 김 위원장 해외 방문에 노동당 간부부장인 김평해 부위원장과 경제부장인 오수용 부위원장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을 직접 데리고 가서 변경무역과 베트남의 결제발전 모델 등을 둘러보게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광시자치구에서 베트남 랑선성으로 직접 열차를 타고 넘어가며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벌어지는 교류 및 무역의 현장을 직접 챙겨볼 것으로 봤다.
아울러 “60시간의 중국 내 열차이동이 시진핑 주석을 향한 60시간의 북한 존재 과시”란 측면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원하는 체재 완화와 관련해선 미국에서 속 시원한 대답을 끌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제재를 풀려면 북한이 대담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북한 스스로 이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의 관계가 완전 정상화되면 한국이나 미국의 도움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만큼 중국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중국 내 시각이다라고 전했다.
북한과 미국이 이번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과연 70년 적대관계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해 6.13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조치와 상응 제재와 관련 날선 공방과 우호적인 대화를 되풀이 해 가며 지금까지 접촉의 끈을 이어오다 결국 양측은 이틀 후 하노이에서 최후 결전을 갖게 됐다.
그러나 전날까지도 북미 양국은 의제를 두고 치열한 협상이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북한 측 대표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지난 20일 하노이 도착 이후 매일 김 대표와 만나 의제 조율에 나섰지만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3일 비건 미 특별대표가 밝은 표정으로 취재들 앞에 나타난 것으로 볼 때, 영변 핵 시설 폐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대북제재 완화 및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등 미국이 제안한 12개 항목에 대해 북미 양국의 이견을 좁혔을 가능성도 관측된다.
오늘과 내일 북미 양측은 28일 양국 정상의 '하노이 선언'의 내용에 담길 세부 문구를 두고 막판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쪽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끄는 한국 당국자들도 지난 22일 하노이에 도착해, 미국 측과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세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지난 해 6월 싱가포르 회담 때와 같이 선언적 성격이 강한 '하노이 선언'이 나온다면 북미 양 정상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지난 해 싱가포르 회담과 마찬가지로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없다면 양 정상 모두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오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조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이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를 기초로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발전을 구체화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는 뜻도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준비현황 및 미북간 협의 동향을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고, 하노이 회담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