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중국법인 청산사례들은 모두 필자가 직접 청산업무를 수행했던 프로젝트를 간단하게 요약한 것이다. 많은 실무사례들이 있지만 이 중에서 회사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중국법인의 청산에 있어서 모범이 될만한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 세금우대혜택 반환문제 해결
중국에서 사업철수를 계획할 때 사전 준비와 리스크 분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음 사례는 그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1) 중국사업 사업철수 배경
이 중국회사의 한국모회사 경영진으로부터 방문요청을 받은 것은 2010년 12월이었다. 회사는 2003년 3월에 자본금 8,000만 위안(약 150억 원)의 비교적 대규모 투자로 휴대폰 부품제조를 주된 영업으로 설립되었다. 최초의 자본금은 대부분 설비투자에 이용되었으며, 부동산은 구입하지 않고 임차하여 사용하였다.
설립 초기부터 중국의 휴대폰 완성품업체로부터 많은 수주물량을 확보하여 매우 우수한 경영성과를 수년간 달성하였다. 그러나 2008년부터 휴대폰이 터치스크린 형태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시장의 변화에 즉시 대응하지 못하여 경영악화가 지속되었으며, 종국적으로 한국모회사는 중국현지법인의 철수를 결정하게 되었다.
(2) 청산과정의 문제점과 해결방법
일단 회사의 덩치가 너무 큰 상황이어서 본격적인 사업철수 업무를 진행하기 앞서 사전조사에 착수하였으며, 조사단계에서 결정한 사항과 추가로 밝혀진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으로부터의 사업철수 방법으로서 지분양도가 가능한지에 대해서 경영진과 깊이 있는 회의를 한 결과 지분매수자를 찾을 수 없어서 지분양도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회사의 핵심자산은 생산설비와 휴대폰 완성품회사에 납품할 수 있는 자격인데 이미 시장의 환경이 다른 기술로 이전됨으로써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설비는 모두 무용지물이며, 더 이상 이 설비를 이용하여 중국 내에서 생산할 휴대폰 부품은 없기 때문에 매수자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산의 방식으로 사업철수를 결정하였다.
둘째, 철수의 방법으로 청산이 결정된 후 처음 부딪힌 문제가 “약 6,000만 위안에 달하는 설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였다. 사실 이 설비들은 다른 용도로 전용이 불가능 한 상황이고 일부 부품들을 해체하여 중고시장에 내다팔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그것을 중국현지에서 수행할 인력이 필요했다. 이러한 실무적인 어려움 때문에 설비를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설비를 일시에 구매해 줄 업체를 찾아서 일괄매도 형식으로 정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중고설비의 매매가격 협상이 문제지 이러한 업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매매가격이 취득원가의 거의 10%되는 수준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 세무당국이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당시 중고설비는 증치세가 2% 징수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무당국은 증치세를 낮추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매매쌍방이 매매금액을 낮추었다고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고설비의 매매가격이 합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제3의 감정평가기관 2곳을 선임해서 평가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한 후에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셋째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2004년부터 이익이 발생하여 그 후 5년 동안 기업소득세의 우대혜택 소위 2면3감의 혜택 약 300만 위안을 받은 사실이 있었다. 이 2면3감은 기업소득세를 2년 동안 100%면제하고 그 후 3년 동안 50%를 감면해주는 중국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10년 경영을 지속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이미 받은 우대혜택을 반환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청산을 진행하여 300만 위안을 반환할 것인지 아니면 2년 더 회사를 형식적으로 끌고 가서 10년 경영기간을 만족시킬지에 대한 대단히 어려운 의사결정의 순간에 부딪히게 되었다. 이 의사결정을 위해서 그렇다면 2년간 회사를 형식적으로 유지할 경우 300만 위안 보다 비용이 더 발생할 것인가를 분석해 본 결과 2년간 형식적 유지가 유리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일단 2년간 청산업무를 연기해서 2013년 7월 청산신청을 하고 2014년 8월경 잔여재산을 한국모회사로 회수한 후 등기를 말소했다.
(3) 시사점
처음 경영진과 면담한 날로부터 거의 4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업무가 종료될 수 있었다. 비록 시간적으로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매우 달콤하였다. 2년간 청산을 유예함으로 인하여 300만 위안을 절감할 수 있었고, 그 기간 동안 청산실무업무를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 청산과정도 매우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사업철수는 매우 치밀한 전략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 사례를 통해서 깨닫게 된다. 중요 포인트는 철수의 방법으로서 지분양도를 먼저 고려했다는 점, 만약 적당한 매수자를 찾았더라면 훨씬 빠른 시일 내에 사업철수를 완료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2면3감 우대혜택의 요건 불충족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청산을 진행했더라면 고스란히 그 우대혜택을 반환했어야 했을 것이다.
□합법적 청산 과감히 결정한 사례
이 회사는 제조업이 아니라 유통업이고, 경영기간이 짧아서 청산할 경우 예상되는 우발부채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적접적인 청산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영업을 중단하고 방치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법적으로 청산해야 뒤탈이 없다.
(1) 중국사업 사업철수 배경
회사의 투자자는 한국의 유명 여성복 브랜드 제조회사다. 회사의 김 사장은 한국에서 어느정도 형성된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중국에 진출해도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강소성 항주시에서 10년간 거주경험이 있는 한국인 파트너와 함께 중국 백화점 진출을 위해서 중국현지 유통법인을 설립하였다.
한국인 파트너는 오랜 중국생활 경험으로 백화점 매장을 개설하거나 매장직원을 다루는 측면에서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회사에 수출입경영권이 부여되지 않아 무역대행회사를 통해서 수입하는 문제가 있었고, 일부 한국 디자인을 모방하여 중국에서 자체 생산한 의류도 유통하는 등 관리적인 측면에서 불신이 계속됨에 따라 불과 2년 만에 철수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2) 청산과정의 문제점과 해결방법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등록자본금을 모두 납부하지 않았는데 상무국과 공상국에서 청산신청을 받아 줄까였다. 회사를 청산하는 주된 목적은 현금 200만위안을 한국모회사로 회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설립비준당시 신청한 등록자본금은 80만 달러였으나 아직 20만 달러를 납입하지 않아 공상국으로부터 독촉통지를 받은 상태에서 청산비준이 날 것인가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다. 회사의 수요예측 실패와 금융위기로 인한 한국모회사의 자금사정으로 추가납입이 불가능하고 조기 청산해야만 하는 불가피성을 정중하게 설명하여 상무국으로부터 자본금 미납상태에서 청산허가를 받아 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불용 재고자산의 처리에 따른 증치세가 발생하는 문제였다. 청산실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고자산 110만 위안의 처리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110만 위안은 한국에서 수입할 당시의 취득원가로 기재되어 있지만 유행이 지난 여성복은 원가의 절반 수준으로도 받을 가능성이 낮으며, 더욱이 청산을 결정하고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회수한 것이기 때문에 상태 또한 정상적이지 않았다. 재고자산을 폐기 처분할 경우 증치세법상 '비정상손실'에 해당하므로 구입 당시 공제받았던 증치세를 반환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처리방법을 생각해 냈다. 하나는 평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을 사천성 대지진의 피해 구호물품으로 홍십자회에 기증하였다. 이로서 중국정부로부터 감사패도 받고 회사의 악성재고도 처리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또 하나는 남아 있던 나머지 옷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헌 옷을 수거하는 사업자에게 헐값에 판매하는 형태로 처리하였다.
그리고 옷을 보관하는 공장을 임대해서 사용하다 보니 임대창고의 원상회복 문제와 아직 3년이나 남은 의류보관창고의 임대계약 중도해지 문제였다. 건물주는 임대계약에 따라 창고의 원상복구만을 원했고 임대계약 중도해지에 대한 페널티는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복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기 위해 창고시설물을 많이 개조하였기 때문에 원상복구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 보증금 보다 많은 금액이 지불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마침 근처에 의류유통을 하고 있는 다른 한국업체가 있어 보증금을 줄 테니 창고의 임대차계약을 그대로 승계해줄 것을 요청하여 받아들여졌다.
(3) 시사점
이 회사의 김사장은 오너경영자이므로 회사의 재산은 곧 본인의 재산이다. 이런 경우 중국현지법인에 현금이 200만 위안이 있고, 중국사업을 철수한다고 생각한다면 일반적으로 먼저 불법적인 방법으로 현금을 빼왔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랬다면 김 사장은 현금은 가져올 수 있었겠지만 중국자회사는 정상적으로 청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로 인하여 한국모회사는 외환관리법과 세법상의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중국기업 청산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청산을 진행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우발부채들이 발생할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