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그 어떤 세목(稅目)보다 많은 논란소지를 안고 있는 세목이다.
응능부담의 원칙을 생각하면 '부자들이 더 많은 세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지만,
그 부담을 너무 과도하게 한다면 이는 '징벌'에 가깝다.
상속세는 상속인이 납부하는 세금이지만, 실질적 성격은 피상속인의 부의 청산에 초점을 둔 '유산세' 개념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부의 무상이전'이라는 속성은 같지만 증여세의 경우 수증자의 부의 증가를 기준으로 하는 '취득과세' 개념을 택하고 있다)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 이중과세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살인적 세율까지 어울어진 상속세가 지난 수 십 년 동안 버텨온 원동력은,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대한민국 사회의 '반(反) 부자정서'와 이를 좋은 정치 재료로 써먹는 정치권, 그리고 여론과 정치권 눈치만 살피며 복지부동하는 정부가 '삼위일체(三位一體)'를 완벽하게 이루어 왔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수준의 세율을 감안하면 상속세는 '가장 공평하지 못한 세금'이다.
가진 자에 대한 증오와 질투가 낳은 세금이 상속세다.
상당수 조세전문가들은 상속세 문제를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우선 따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상속세를 강화해 부의 대물림을 막고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매력적이지만, 상속세의 조세로서의 근본 문제를 덮기 위한 정치적 관점에서의 주장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속세율을 대폭 내리거나, 그것이 힘들다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라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높은 상속세율 등 문제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기업들이 상속세 문제에 발목잡혀 있다면 경제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 부분이 상속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더 부각되고 있는 요즘이다. 시대가 변했다면, 그 변화에 맞는 능동적 움직임도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최고세율은 소득세 최고세율(42%) 수준으로 내리고 중장기적으로 이 수준 밑으로 더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대주주 할증과세(최대 30%) 등은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백운찬 삼정KPMG고문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점진적으로 상속세 최고세율은 소득세 최고세율 이하로 내리는 것이 맞다"라며 "특히 상속세 문제로 기업경영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가적으로 큰 마이너스다. 기업경영 유지를 위해 상속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교수도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이중과세 성격이 강한 세금이고 세율 또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라며 "이런 상속세 체계를 유지해서는 기업이 영속하며 국내 경제에 기여하기 어렵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40% 수준으로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세율인하는 기본, 유산취득세 형태 전환도 검토해야
상속세법(1950년 제정·공포)이 만들어진지 70여년이 지난 지금, 납세환경은 몰라보게 변했고 또 변화하고 있지만 과세체계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상속인 각자의 담세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유산세 체계의 대한민국 상속세제는 상속재산의 크기와 상관없이 세금이 부과되면서 과세형평성을 훼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세율 인하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증여세와 마찬가지로 유산취득세 개념의 과세로 상속세 과세체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자본이득세' 체계 도입도 대안 중 하나로 밀고 있는 분위기다.
생전에는 높은 소득세율로 과세하면서 무상 이전되는 자산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세' 형태로 과세하는 것인데 부모가 1000원에 자산을 산 후 1500원에 이를 자식에게 넘기면 차액인 500원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식이다.
캐나다가 현재 이 과세체계를 택하고 있고 자본이득세 체계를 도입한 호주의 경우 상속시점에는 미실현 이익으로 간주해 과세를 하지 않다가 상속받은 자산을 처분할 때 취득가액 등을 제외하고 차액에 과세하고 있다.
다만 자본이득과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취득당시의 가액 등을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인프라가 다 갖추어져 있는냐 하는 부분에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