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1084조원, 노령화·저금리로 자산관리 수요 늘어
지난해 10% 이상 성장, 신한금융투자 전년대비 증가액 1위
자산관리(WM, Wealth Management) 부문이 증권사들의 새 수익 활로로 떠오르고 있다.
WM 부문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는데다 전체 수수료 수익 중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넘기며 수탁수수료, IB 수수료 수익에 이어 증권사들의 3대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50개 증권사들의 별도재무재표 기준 WM 부문 수수료 수익은 2017년 8726억5000만원대비 10.8% 증가한 9665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WM 부문 수수료 수익은 집합투자증권(펀드) 취급 수수료, 자산관리 수수료, 신탁보수의 합으로 산정했다.
증권사 WM 부문은 펀드, ELS, 랩 등의 금융상품을 판매·신탁을 통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고 수수료를 받으며 수익을 낸다. IB와 함께 수익다각화의 한 축으로 부상하며 증권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다.
집합투자증권 취급 수수료 수익이 2017년 4565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5034억1000만원으로 10.3% 증가했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전년 1836억2000만원 대비 11.0% 늘은 2038억4000만원, 신탁보수 수익은 전년 2325억1000만원 대비 11.5% 증가한 2592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이 이 부문 공략에 집중하는데는 오갈데 없는 자금을 관리하려는 고액 현금 보유자가 늘고 있는데다 노령화 추세로 노후자금 관리 필요성이 증가하며 자금관리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부동자금은 1083조5808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관망세에 접어든데다 저금리 기조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서 체계적 자산관리를 통해 좀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니즈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이유다.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이 부문을 공략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초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며 WM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NH투자증권은 WM사업부 내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집중 제공하는 '프리미어블루본부'와 중소벤처기업을 담당하는 'WM법인영업본부'를 신설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원(One) WM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리테일 그룹과 WM그룹을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KB증권도 PB 고객본부와 고객지원본부를 통합해 고객 접근성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WM사업본부'도 신설해 관련 사업의 기획과 지원 체계를 일원화했다.
지난 25일에는 삼성증권이 초부유층 전담 점포였던 SNI(Samsung & Investment)를 전국의 30억 이상 고객 대상의 특화서비스 브랜드로 확대 개편하고 이 서비스를 전국의 삼성증권 모든 지점에서 제공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 금융지주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증권사, 은행, 보험사들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복합점포들을 설립하는 움직임도 진행형이다.
WM 수수료 수익이 증권사들의 3대 핵심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조사 대상 증권사의 전체 수수료 수익 9조4200억원 중 WM부문 수수료 수익(9665억1000만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수탁수수료 수익(46.9%, 4조4418억7000만원), IB수수료 수익(27.2%, 2조5648억2000만원) 다음이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대우가 WM영업으로 가장 많은 수수료 수익을 낸 회사로 꼽혔다. 이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가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WM부문 수수료 수익은 2017년 1532억3000만원 대비 12.9% 늘어난 1730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97억9000만원 증가하며 조사 대상 증권사 중 증가액 2위에 올랐다.
자산관리수수료와 신탁보수 수익이 크게 늘었다. 이 증권사의 지난해 자산관리수수료 수익은 348억8000만원으로 전년 267억8000만원 대비 30.2% 급증했다.
신탁보수 수수료 수익도 전년 406억6000만원 대비 27.8%나 늘며 519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집합투자증권 취급 수수료 수익은 861억9000만원으로 전년 857억9000만원 대비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이 부문에서 전년 1199억7000만원 대비 7.1% 늘은 1285억원의 수익을 벌어들여 업계 2위에 올랐다. 집합투자증권 취급 수수료와 신탁보수 수익은 전년보다 각각 11.9%, 10.1% 증가한 787억3000만원, 264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자산관리수수료 수익은 전년대비 8.9% 감소한 232억9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WM부문 1000억원을 돌파하며 탑3에 올랐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이 부문에서 전년 965억3000만원 대비 8.1% 늘어난 1043억8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집합투자증권취급 수수료 수익은 전년 551억2000만원 대비 12.9% 증가한 622억4000만원,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은 192억원 대비 12.5% 늘어난 215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신탁보수 수수료 수익은 전년 222억1000만원 대비 7.5% 줄며 205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WM 부문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인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였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이 부문에서 전년 637억3000만원 대비 55.9%나 급증한 993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년대비 356억2000만원이나 수익이 늘어나며 이 부문 증가액 1위에 올랐다. 순위도 2017년 6위에서 4위로 올랐다.
자산관리 수수료와 신탁보수로 각각 179억7000만원, 353억7000만원의 수익을 올려 전년 105억4000만원, 208억원 대비 70% 이상 급증했다. 집합투자증권취급 수수료 수익도 전년 323억9000만원 대비 42.1%나 늘어난 460억1000만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이 부문에서 821억8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전년 912억5000만원 대비 9.9% 감소했다. 순위도 2017년 4위에서 5위로 한단계 내려갔다.
6위, 7위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이 부문 수익이 전년대비 20% 이상 늘며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NH투자증권은 WM부문에서 전년 650억6000만원 대비 21.3% 늘어난 789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KB증권은 지난해 이 부문 수익이 484억9000만원으로 전년 380억6000만원 대비 27.4% 증가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이 부문에서 395억9000만원의 수익으로 전년대비 11.5% 성장했다. 이어 한화투자증권(9위, 323억6000만원), 유안타증권(10위, 303억5000만원)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어 대신증권(11위, 276억7000만원), 현대차증권(12위, 262억8000만원), IBK투자증권(13위, 145억8000만원), 하이투자증권(14위, 136억4000만원), SK증권(15위, 125억원)이 11~15위권을 형성했다.
15위권 밖에선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해 WM 부문 수수료 수익으로 전년 103억1000만원 대비 2.2% 감소한 100억8000만원을 기록하며 18위에 그쳤다. 올해 증권사 순익 순위 3위에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19위에 오른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은 전년 35억원 대비 59.1%나 급증한 55억6000만원의 수익을 올려 증가율 부문 1위에 올랐다. 증권사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펀드온라인코리아도 집합투자취급수수료 수익 성과에 힘입어 31억6000만원의 수익으로 20위권에 진입해 눈길을 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