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청와대 신임대변인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누구보다 내 생각을 잘 아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청와대 세번째 대변인으로 전격 발탁한 고민정 신임 대변인은 25일 "늘 국민을 생각하는 대변인이 되겠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고 대변인은 이날 임명 후 인사를 겸한 첫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성과를 소상히 전달해 (이를) 국민이 공감하고 피부로 체감하도록 꼼꼼히 챙기는 대변인이 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대변인은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물은 모두에게 생명을 주고 다투지 않으며 늘 아래로 흐른다"고 자신의 좌우명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논쟁보다는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는 대변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겸손하게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여러분에게 성실히 답할 수 있는 대변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대변인은 "대변인에게는 대통령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며 "대변인으로서 대통령과 정부를 국민께 잘 전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의 임명과 관련해선 "문 대통령께서 '내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며 "'자신 있고 당당하게 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끝내고 청와대로 복귀한 후 임명 소식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대변인은 "오늘 아침에 대변인으로 지명받은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면서 "하루에 최소한 한 번 이상 춘추관(기자단 상주)에 오겠다"고 말했다.
'향후 어떤 스타일의 대변인이 되고 싶은가'라는 물음엔 "스타일은 제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규정되는 것"이라며 "박수현 전 대변인의 언론인과의 넓은 소통 능력과 김의겸 전 대변인의 명확한 전달력을 모두 갖고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정치인 또는 언론인 중심으로 임명됐던 청와대 대변인 자리에 KBS 간판급 여성 아나운서 출신인 고민정 부대변인이 최종 낙점된 점을 두고 긍정과 염려하는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대변인인 박수현 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차기 총선을 위해 2017년 말 자리를 떠났다. 그 후임으로 보임된 김의겸 전 대변인은 소위 '부동산 투기'의혹과 관련해 지난 3월말 사퇴했다.
김 전 대변인의 불명예 퇴임 이후 27일 만에 '청와대의 입'이란 중요 자리에 오른 고 대변인이 정치인과 언론인 등 정치적 경험과 연륜을 갖춘 이전 대변인들에 버금가거나 뛰어 넘는 역할을 해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첫 브리핑하는 고민정 신임대변인
고민정 청와대 신임대변인이 25일 오후 춘추관에서 첫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5일 브리핑에서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참모 중 한 사람으로 가장 젊은 여성 비서관인 고민정 대변인이 여러 세계, 다양한 계층과 잘 소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첫 여성이자 최연소 대변인이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해 2년간 선임행정관급 부대변인으로 근무헸고, 지난 1월 비서관(1급)으로 승진했다.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대변인으로 직책 승진했다. 초고속 승진인 셈이다.
사실 국가공무원법상 '1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1~3급 공무원을 묶어 '고위공무원단'이라는 직제로 개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장·차관(정무직)을 제외하고 직업공무원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다. '관료사회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5급(행시 등 고시 합격)에서 출발해 고위공무원단에 오르기까지 약 25년 정도 걸린다. 7급은 30년 정도 걸린다. 그것도 소위 관운이 좋을 때의 이야기다. 공무원 100만명 시대에 우리나라 고공단 숫자는 현재 약 300명 내외 소수이고, 여성의 경우는 부처당 1명 꼴도 안되는 극소수다.
2004년 KBS 공채로 입사해 방송활동을 한 고 대변인으로서는 불과 15년 만에 관료사회 최고위직인 고공단(1급 공무원)이 된 것이다.
고 대변인이 이처럼 발탁 승진을 한 데는 문 대통령의 신임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대 대선 때 문 대통령의 직접 영입으로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대변인을 지냈다. 본격적인 정치 입문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대변인실로 입성해 선임행정관과 부대변인으로 일해왔다. 그간 부대변인을 지내면서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일정을 주로 담당해왔다. 사실 정치적 배경이 부족했던 그로서는 정치권과 전면에서 부딪히는 것 보다는 우회적 접촉이 오히려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금년 초 비서관으로 승진한 데 대해서도 정치권에서는 다소 궁금해 하는 모습이다. 고 대변인은 지난해 말 개인적 사유로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를 반려했고, 금년 초 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변인 인선 과정과 관련해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고 부대변인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외 잡다한 스토리가 있을 수 있지만, 인사 과정이라 소상히 밝히긴 어렵다'고 언급해 인선을 놓고 상당한 내부 협의가 오갔던 것으로 해석됐다.
사실 청와대는 당초 언론인 출신의 외부 인사를 발탁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최종 내부인사 쪽으로 가닥을 잡고, 고 대변인을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 대변인이 대변인으로서 유연한 정무 감각을 발휘해 청와대의 눈, 귀 그리고 입의 역할을 수행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춘추관(청와대 출입기자실)을 오래 출입한 기자들 사이에서도 고 대변인의 역할 수행에 대한 긍정과 부정 견해가 갈리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고 대변인이 현 정부 출범부터 대변인실에 근무해 오면서 국정 전반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점, 정치인과 언론인 두 전직 대변인을 보좌하면서 이들로부터 대언언론 소통과 정무적 접촉 등 노하우를 상당 수준 획득한 점 등을 들고 있다.
또 KBS 아나운서 출신의 젊은 대변인으로서 순발력과 정확한 의사표현력으로 언론과 잘 소통해 나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부정적 측면에서는 과거 정부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한 각종 회의와 해외 순방 그리고 경제 활력과 관련한 지역투어 일정 등 엄청난 양의 업무 부담을 소화해야 하는데, 고 대변인이 이런 살인적인 일정을 감당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새벽부터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과 업무시간 이후에도 수시로 국정 현안에 대한 대언론 소통을 해야 하는 부담이 큰 것도 고 대변인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나운서 출신이 훌륭한 정치인으로 변모한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인물로 현재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있다. 또 한선교 의원과 이계진 전 의원 등을 들 수 있다. 강경환 외교부 장관도 잠시 KBS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특히 MBC 간판 앵커로 활약했던 배현진 아나운서가 2018년 MBC를 퇴사하고 자유한국당에 입당,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KBS에서 잔뼈가 굵었던 고민정 대변인과 대비해 두 여성 방송인의 정치활동에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방송 활동에 있어서나 정치 무대에서 고 대변인이 선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