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숙원 과제 검찰 개혁에 검찰총장이 반기···매우 의외
민주당·평화당·미래당···"검찰총장으로서 적절히 못한 발언" 질타
한국당 "검찰, 자업자득···왈가왈부할 자격 없어"
◆…문무일 검찰총장은 1일 국회에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를 것에 대해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현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해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1일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린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 정면 비판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소신 발언'과 '조직 살리기 발언'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문재인 정부의 숙원 과제인 검찰 개혁에 대해 당사자인 검찰 총수가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업무차 해외출장 중인 문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어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문 총장은 지난달 28일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범죄인인도조약 및 형사사법공조조약 미체결 국가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만 등을 방문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과 치열한 공방 끝에 얻은 결론이 다시 쟁점화되기를 꺼려하는 눈치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그간 검찰이 밝혀 온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 (검찰 내부)조직 논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검찰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문 총장과 검찰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역시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 총수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내 놓았다고 질타하는 분위기다.
홍성문 평화당 대변인은 이날 "검찰총장으로서 조직 이익을 위해 조정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면서도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국회가 패스트트랙에 올린 것을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질책성 논평을 했다.
그는 이어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경수사권조정안은 완성도가 높은 안도 아니고, 또한 검찰과 경찰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도 없다"며 "반드시 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미진하지만 일단 출발시키고 천천히 논의를 해나가자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은 사법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도 이날 이종철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에 대한 검찰의 공개 반발은 신중치 못하다"며 문 총장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당사자로서 검찰은 그동안 많은 의견을 제출한 바 있고, 국회는 검찰과 경찰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법안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앞으로도 추가 법안 심의가 진행될 예정인데, 입법부에 행정부(검찰)가 맞서는 듯 보이는 처신은 적절치 않다"고 거듭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당 차원의 직접적인 반응은 없었으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4당의 회동 제안에 대해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와 사과가 먼저'라며 여전히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다만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 소리 못하다가 다 엎어진 뒤 한마디 하는 건 체면치레용인가"라며 문 총장을 비꼬았다.
검찰 출신인 김 의원은 이어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수사권조정 패스트트랙을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말했다"며 "그럼 임기내내 적폐수사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건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업자득이다. 검찰은 왈가왈부할 자격 없다. 그 이유는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검찰을 싸잡아 비난했다.
◆…검찰청(홈페이지)
지난달 30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공수처법 관련 바른미래당의 막판 요청까지 수용된 것으로, 의회주의적 타협의 산물'이란 글로 정치권이 어수선해 진 마당에 검찰총장이 직접 비판하고 나서 청와대로서는 더욱 곤혹스런 입장이다.
조 수석은 자신의 글 말미에 "2020년에는 민심을 더 온전히 반영하는 국회가 만들어지고,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더 엄정하게 진행되고, 1954년형(型) 주종적(主從的) 검경 관계가 현대적으로 재구성되어 운영되길 고대한다"고 적어 이로 인해 검찰 내부의 큰 반발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인사는 "특히 이날 문 총장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라고 강력 비판한 점은 촛불혁명에 의거 가장 민주적 방식으로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청와대로서는 검찰 전체가 정면 도전 또는 항명한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또한 문 총장의 발언을 계기로 이러질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무효 요구와 국정 운영 관련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한 마무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정치권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917년 7월 검찰총장에 오늘 문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 24일로 끝난다. 불과 3개월 남은 검찰총장을 중도 경질하는 것은 청와대로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기에는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크다. 이래저래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문 총장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한 파문에 해외출장 일정을 종료하고, 조기 귀국해 거취를 포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