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일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 있어"
"한미에 시위성 성격으로 판단...대화 유리하게 하려는 성격인 듯"
"김정은, 도보다리 대화서 비핵화 의지 진솔하게 표명"
◆…취임2주년 대담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두고 KBS와의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가졌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북한의 연이은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지금 대화와 협상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측에 경고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 취임 2주년을 맞아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와의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자칫 잘못하면 대화와 협상 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이런 선택을 거듭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 문 대통령의 반응은 되풀이되는 북한의 도발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며칠 전 발사된 발사체는 신형 전술유도 무기로 규정했는데, 오늘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고도는 낮았지만 사거리가 길었다"며 "(오늘 발사된 발사체가) 비록 단거리라 할지라도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이었고,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문제 삼은 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안보리 결의에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표현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판단은 한미 양국이 재원, 종류, 궤적을 면밀히 분석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참고로 말하면 지난 4일 발사에 대해서도 안보리 위반 여부를 판단 중이지만, 미국은 지금까지는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남북 군사 합의 위반 아니냐는 판단도 필요하다"며 "지금 남북 간에는 서로 무력사용을 하지 않기로 합의를 한 바 있고, 훈련도 휴전선으로부터 일정구역 밖에서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과 이번 북한의 훈련 발사는 그 구역 밖에서 한 것이고, 군사 합의 이후에도 남북이 함께 기존 무기 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시험 발사, 훈련 등은 계속 해오고 있어서 남북 간 군사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발사체를 연이어 발사한 사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북한은 지난번 하노이 2차 북미회담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난데 대해 상당히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과 한국 양측에 일종의 시위성 성격이 있지 않나 판단하고, 앞으로 비핵화 대화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압박 성격도 담겨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조속한 회담을 촉구하는 성격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어쨌든 북한의 의도가 뭐라고 해도 결국 근본적 해법은 북미 양국이 조속히 마주앉는 것이다. 북한도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불만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일단 북한의 계획된 행동으로 보이지만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노력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며 "과거엔 (북한이)이런 발사를 하면 ICBM을 완성했다는 등 굉장히 허세를 부렸다. 그러나 이번엔 굉장히 '로키'로 발표하고 발사 방향이나 발사 지역도 미, 일, 한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발사했다. (이런면에서) 북한도 한편으론 자기 의사를 표현하면서도 판이 깨지지 않도록 유의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간 비핵화 방법론의 간극을 좁힐 분위기가 조성돼 있나'라는 물음에는 "북미 양국이 비핵화 대화의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완전히 일치를 보고 있다"며 "미국은 북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하고, 북한은 자신들의 완전한 안전보장을 원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도 합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하다고 말하기는 조금 그렇다"고 부인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에 재촉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외교가 아주 발달한 나라가 아니니 정상회담 이후에 자기 나름대로 입장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이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지금부터 북한에 지속적으로 회담을 제안하고 대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 파견 여부에 대해선 "일단 의도가 어디에 있건 북한의 행동이 자칫 잘못하면 협상과 대화의 국면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면서, 근본적 해법이 북미가 조속히 마주앉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는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도보다리 대화'와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아주 진솔하게 표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핵 없이도 안전할 수 있다면 우리가 왜 제재를 무릅쓰고 힘들게 핵을 갖고 있겠느냐'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김 위원장이 '미국과 회담해본 경험이 없고 참모들도 경험이 별로 없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는 조언도 구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