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지난 3월 4일 국회에서 취임 인사차 이정미 대표를 예방하는 모습. 두 달이 지난 이달 15일, 이 대표는 황 대표의 광주 재방문 의사를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막말했다. (사진=더 팩트)
국회가 공회전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막말 정치에 빠지면서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5일 오는 18일 광주를 재방문하기로 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정미 대표의 발언은 황 대표가 광주에서 거센 저항을 받는 상황을 고의적으로 노리고 방문해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5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황 대표가 국회에서 5ㆍ18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내려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이코패스 표현에 대해선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상태를 일컫는다"며 "의학적 용어를 말씀 드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5·18 희생자들은 지난 38년 동안 정말 피눈물을 흘리고 살아오셨던 분들"이라며 "(한국당 의원들을) 징계도 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고 광주에 내려가겠다는 것은 결국 물병 맞으러 가는 것"이라며 "핍박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광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에 "보훈처의 공식 초청을 받았다. 갈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가는 것이 맞다"며 참석 의지를 밝혔다.
이정미 대표의 '사이코패스' 발언을 두고는 "문재인 대통령이 막말하지 말라 했는데, 한국당 보고 '막말하지 말라'고 말할 입장인가. 그 동안 막말한 게 누구냐"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저도 민주당으로부터 막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왜 막말을 하느냐고 하지 않았다.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 앞으로 뚜벅뚜벅 가겠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13일 논란이 되고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발언에 대해 "저질·혐오스럽다"며 자당 현역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사진=더 팩트)
이에 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이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문 대통령과 특별대담을 한)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받았다"며 "기자가 대통령에게 좌파독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도 못하느냐"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나 원내대표가 몇 시간 뒤 사과문을 냈지만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등은 나 원내대표가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사용하는 여성혐오 용어를 사용했다며 맹비난했다.
문제는 이같은 정치권 유력인사들의 막말은 한 번 발생하면 확전된다는 것이다. 해당 발언과 상관없는 정치권 인사들이 문제의 발언에 한마디씩 거들면서 논란을 불필요하게 키우는 양상이다.
나 원내대표의 막말에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은 즉각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여성을 모독한 발언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하라"며 "국민을 모독한 나 원내대표는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이에 한국당 여성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나 원내대표는 물의를 빚은 말실수에 대해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상황에서 무심코 사용한 점을 인정하고, 즉각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밝혔다"며 "야당 원내대표 죽이기를 멈춰라"라고 했다.
지난 대선 후보 과정에서 수위높은 발언으로 막말과 '사이다 발언(통쾌한 발언)'으로 평가가 엊갈리는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 역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여러번 구설에 휘말렸던 홍 전 대표가 자당 현역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한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한국당 내 입지가 예전같지 않은 홍 전 대표로선 존재감을 내비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도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 원내대표가 (이인영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욕쟁이 아줌마' 같은 난폭한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대치 중인 여야가 기세 싸움의 연장선에서 발화력과 휘발성 모두 강한 막말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막말은 빠르게 퍼지는 속성이 있어 역풍 우려 이면엔 지지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도 있다. 저속한 용어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혀지는 특징도 있다. 유력 인사들이 막말로 여론의 눈길을 끌면 주변에서 한 마디씩 거들어 논란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문제는 과거에 논란이 된 정치인들의 막말에 비해 최근 막말은 사실상 욕설에 가까운 수준으로 저속해졌다는 것이다.
과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20대 비하 발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노인 폄하 발언,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및 동남아 여성 폄하 발언 등이 있었지만 이들 모두 욕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해당 논란에 대해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는 14일 YTN에 출연해 "여야 정치인들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일들에 대해서 다른 정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는 강하게 높이고 우리 정당의 지도자가 얘기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감추기 급급한다면 결국 똑같은 일은 재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정도 되는 상황에서 서로가 잘못했던 부분들을 국민 앞에 깔끔하게 인정하고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기 위한 여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