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한빛 1호기 원전(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영광 한빛 원전 1호기 가동 중 5% 출력 제한치를 초과해서 무려 18%까지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원자력 안전법(2019년 2월 15일 시행)'에 따르면 즉시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임에도 12시간이 지나서야 수동으로 정지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한빛 원전 1호기 반경 30km 이내 거주자가 13만 명, 40km 떨어진 광주광역시 인구는 145만 명인 대도시라는 점에서 원전의 안일한 관리로 인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22일 한빛 1호기 사고와 관련해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책임자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고의 원인과 그 영향력을 진단했다.
먼저 인터뷰에 응한 한수원 전휘수 기술총괄부사장은 한빛 1호기 사고에 대해 "제어봉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같이 움직여야 하는 8개 제어봉 중 하나가 약 12스텝 정도 차이가 있는 상태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며 "특별히 원자로 출력에 문제가 없다고 계산을 했는데 그 계산이 아마 좀 잘못됐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원전 제어봉은 핵연료의 핵분열 연쇄반응을 제어하면서 출력을 조절하는 원전의 핵심장치다.
전 부사장은 "그런 상황에서 100스텝까지 인출을 하면서 원자로 출력이 18%까지 올라가게 된 것"이라며 "제어봉을 18% 가까이 갔을 때 옆에서 감독을 하고 있던 감독팀장이 원자로 냉각재 온도가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제어봉 삽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제어봉이 삽입되기 시작해서 출력은 다시 수분 이내에 한 1%. 그리고 그 이후에는 0% 수준을 유지했다"고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침서에 있는 5% 출력 제한치 초과시 바로 중지시키지 않은 점'에 대해 전 부사장은 "조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운영 기술 지침서 요구 사항, 즉 출력 제한치 5%를 넘지 말아야 된다. 그리고 넘었을 경우에는 원자로를 정지시켜야 된다. 이런 조치 요구 사항을 그 당시에는 챙기지 못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위험 수위에 달하면 일단 중지 후 안전한 상황에서 작업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전 부사장은 "당시 발전팀이 그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으면 당연히 지켰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조치들을 수행하면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사실 운영 기술 지침서가 상당히 방대해 그 모든 것을 다 외우고 운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그래서 운영 기술 지침서 요구 사항을 잘 지키기 위해서 어떤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면 거기에 대등하는 절차서를 만들어 사람의 기억과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프로세스에 의해서 지켜지도록 계속 노력을 해 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어떠한 단계에서도 운영 지침 기술서 적용 사항을 잘 파악을 하고 거기에 따라서 적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성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프로세스를 통해서 이런 것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될지 계속 보완을 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켑처)
'한빛 1호기 사고가 많아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전 부사장은 "한빛 1호기에서 사건이 최근에 다른 발전소에 비해서 다소 많았다고는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런데 일시적으로 그런 것일 뿐이지 한빛 1호기가 특별히 사고가 많이 일어나야 될 그런 요인이 있다고는 생각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테스트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한빛 1호기가 시험 가동 중 사고가 발행했다는 언급에 대해 이같이 발끈하며 "이런 테스트를 할 때 위험한 상황이라고 얘기하는 게 저출력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하다"면서도 "물론 체르노빌 원전과 우리나라 경수로 원전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건 맞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자력발전소를 쓴다는 건 핵분열 반응 속도를 조절하면서 그 열을 쓰는 것"이라며 "그런데 폭주가 일어나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핵분열 반응이 급증하게 되면 그게 폭발로 이어지는 것이고, 체르노빌 원전은 그렇게 폭발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이 주장하는 18% 출력 제한치를 잠깐 올라갔다 5%의 안전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말에 동의하냐'는 물음에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잘라 답했다.
그는 이어 "웨스팅하우스형 경수로 원전에 대해서 미국에서 운영 기술 지침서가 이미 나와 있고 그걸 우리나라가 가지고 온 거"라며 "왜 5% 이상이 되면 즉시 정지 시켜야 된다고 나와 있냐면 그게 단 1초 사이에도 엄청나게 높게 출력이 올라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매뉴얼을 반드시 지켜야 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왜냐하면 핵분열 반응 속도가 1만의 1초다. 그럼 1초 동안에는 1만 번 핵분열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5%만 넘어가도 그걸 바로 꺼야지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거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지금은 안전장치가 다 있다. 여러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걸로 예상을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안전장치들이 인적 실수나 아니면 다른 자연재해 등 어떤 상황에서라도 작동이 안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가장 보수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아예 들어가지 않도록 5% 넘어가면 원전을 중지하도록, 수동으로 중지하도록 그 조치가 운영 기술 지침서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안전은 안전할 때 지켜야지 사고 난 다음에 그걸 교훈으로 배워서 지키면 안 되는 거"라며 "이런 출력이 급증하는 사고가 다른 나라에도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것에 대해서 사실 미리 준비를 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거"라고 한수원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건 제가 보기에는 안전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구조상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출력 급증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안이함이 규제기관이나 사업자 쪽에서도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러니까 그걸 몰랐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관리 지침이 방대해 숙지가 어렵다'는 한수원 책임자 발언에 대해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관리감독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렇게 갑자기 출력이 급증하는 경우에 명확하게 바로 중지 명령을 했어야 되는데 그걸 12시간 동안 끌었다"며 "그런데 저는 0%에서 왜 중지를 하지 않았을까? '계속 원전 가동을 해 가동률을 높여야 된다' 이런 압박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든다"고 언급했다.
